애플TV플러스의 오리지널 영화 ‘샤퍼’는 관객을 압도하는 작품이다. 인물별로, 사건별로 물고 물리는 사기 행각과 함께 끝없는 반전의 연속에 감탄하게 된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또 무엇이 뒤통수를 칠지’ 궁금해질 정도다. 영화는 ‘더 크라운’ ‘셜록’ 등을 만든 벤저민 캐런 감독이 연출했다. 줄리안 무어, 세바스찬 스탠, 브리아나 미들턴, 저스티스 스미스 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평범한 로맨스물처럼 시작한다. 서점을 운영하는 톰(저스티스 스미스 분)이 책방 손님이자 대학원생인 샌드라(브리아나 미들턴 분)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다. 둘은 사랑을 속삭이며 달콤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샌드라의 오빠 맥스가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며 괴롭힌다. 여자 친구가 괴로워하는 모습에 톰은 재력가 아버지에게서 받은 돈으로 거액을 빌려준다. 여기서 반전. 남자 친구의 돈을 받은 샌드라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후 영화는 본격적인 사기극으로 본색을 드러낸다. 사기와 연관된 인물들의 연결고리는 급속하게 밝혀진다. 샌드라의 정체, 샌드라와 오빠의 관계, 톰의 새어머니 매들린(줄리안 무어 분)과의 관계가 차례로 등장한다. 이들은 함께 사기를 도모했다가도 서로 배신하거나, 사이가 틀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을 이어간다. 피해자가 반격을 가하고, 새로운 공조가 시작되는 등 끊임없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전개 방식도 참신하다. 영화는 톰, 샌드라, 맥스, 매들린 등 캐릭터의 이름으로 챕터들을 구성했다. 챕터는 해당 캐릭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샌드라 부문에선 샌드라의 오랜 비밀을, 맥스 부문에선 맥스가 어떤 인물인지 상세히 다루는 식이다.
결말에선 아쉬움을 남긴다. 작품 전체는 흥미진진하지만 막판에 다소 김이 빠지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잔뜩 펼쳐놓은 이야기를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 드는 게 못내 아쉽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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