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낸 직원 더 받는 도요타 vs 1~90호봉 똑같이 챙기는 현대차 노조

입력 2023-02-26 18:23   수정 2023-03-06 16:49


“임금 인상보다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중요하다.”

기업 경영자가 한 말이 아니다. 세계 1위 완성차 회사 도요타 노동조합 대표인 쓰루오카 미쓰유키 노조연합회장이 2021년 전 직원 완전성과급제 도입에 합의하며 한 말이다. 전기차 경쟁 구도에서 뒤처진 회사의 현실과 변화 필요성에 공감해 나온 발언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매년 호봉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방향은 정반대다. 월 기본급 기준 1만4000원가량인 호봉 간 차액(호간)을 더 확대해달라고 한다. 호간을 인상하면 고연차와 저연차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진다.
성과주의 자리 잡는 도요타
도요타와 현대차 직원 평균 연봉은 9000만원 안팎으로 비슷하지만 임금 구조는 전혀 다르다. 도요타도 2018년까지는 임금이 월례급(기본임금)과 상여금으로 구성돼 있었다. 기본임금은 직급별 일률 인상하는 연공서열식 ‘자격급’과 평가에 따라 차등 인상하는 ‘직능급’으로 설계됐다. 상여금은 평가등급별 테이블에 따른 ‘기본 상여(베이스)’와 상사 재량을 반영한 ‘업적 가산’ 고과를 더한 구조였다.

도요타는 2019년 관리직(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기본임금은 평가에 따라 달라지는 ‘직능 자격급’으로 일원화하고, 일률적 정기승급을 폐지했다. 상여금은 ‘베이스’를 축소하고, 업적 가산액 비중을 늘렸다. 연공서열과 상관없이 평가에 따른 차등 보상 비중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이듬해에는 일반 사무직, 2021년에는 전 직원에게 확대 적용했다.

노조도 변했다. 지난해부터 직군과 직급별 인상액을 달리 요구했다. 노사는 지난해 직군·직급별 12종류(월 1600~4900엔)의 인상안에 합의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난 15가지 종류의 인상안에 사인했다. 인상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의 요구 등에 따라 20년 만의 최고 수준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직군·직급별 다른 인상액에 개인별 차등 임금체계가 더해지면서 직원 모두가 다른 임금을 받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도요타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를 달성한 배경 중 하나가 임금제 개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0단계 호봉표’ 쓰는 현대차
현대차는 노조 요구에 따라 수십년째 호봉제를 고수하고 있다. 생산직과 정비직, 사무직과 연구직이 거의 같은 호봉표를 쓰고 있다. 현대차 호봉표는 90호봉 체계로 구성돼 있으며 6개월마다 1호봉씩, 1년에 2호봉씩 올라간다. 지난해 기준 1호봉은 170만원, 90호봉은 300만원 수준이다. 호봉 간 차이가 1만4000원가량인 셈이다.

현대차 임금체계는 이 호봉표에서 출발한다. 매월 호봉표에 기반한 기본급에 개인별로 비슷한 수준의 상여금이 더해진다. 여기에 매년 노사 임금협상을 통해 기본급 인상액과 성과금을 결정한다. 지난해에는 기본급 월 10만8000원 인상(호봉 승급분 포함)에 통상급의 300%+935만원을 성과금으로 지급했다. 과거 과장급 이상인 ‘책임매니저’부터는 노조원이 아니지만 임금협상 결과는 똑같이 적용받는다.

회사가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21년 12월 ‘탤런트 리워드’라는 제도를 도입해 성과가 뛰어난 일부 연구·사무직 책임매니저에게 1인당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나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차등을 반대하는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회사는 이듬해 3월 모든 직원에게 400만원을 지급했다. 뒤이어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노조가 ‘우리는 왜 안 주냐’며 들고일어섰고, 또 받아냈다. 올해 현대차가 전 직원 400만원 성과금 지급을 결정하자 300만원을 받은 현대모비스 노조는 이번에도 ‘똑같이 달라’고 시위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지금 같은 임금체계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과자도 저성과자도 입사연도만 같으면 비슷한 연봉을 받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겠냐”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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