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나는 비윤 아닌 비윤핵관…나경원 연판장이 내부총질" [인터뷰]

입력 2023-02-27 11:43   수정 2023-02-27 13:06


"처절하게 깨지기 위해 출마했습니다. 전쟁을 할 때는 해야 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도 얘기하면서 전진해야 된다는 마음으로 전쟁터에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허은아 후보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비윤(비윤석열)이 아닌 비윤핵관"이라며 "절대 당을 떠나지 않고 윤핵관 퇴진을 외치며 안에서부터 당을 개혁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허 후보는 당내 개혁성향의 친이준석계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팀을 꾸려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천아용인은 전당대회 예비 경선에서 4명 모두 컷오프를 통과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높은 순위에 오르면서 당선권에 다가가고 있다는 평가다.

허 후보는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 하면서 "패배하면 지지자 분들이 얼마나 패배감을 느낄지 두렵기도 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허 후보는 "결심은 어려웠지만 출마하고 나서 현장에 가보면 손 잡아주고, 포기 안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우는 분도 계셔서 출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현장에서 중3 지지자에게 받은 손편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조수진 의원 등 경쟁 후보가 '친이준석계가 내부 총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 전당대회는 조 의원 등이 정상적인 당을 비정상으로 만들어 이뤄진 보궐선거 성격이다"며 "저는 이제까지 당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점만 제기했다. 그게 내부 총질이라면 공부 좀 하셔야 한다"고 비판했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배신자'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정치적으로 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 개혁 세력은 그 똑같은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전쟁을 할 때는 해야 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도 얘기하고, 또 폭탄도 맞고 피하면서 조금이라도 전진해야 된다는 그 마음으로 이 전쟁터에 나왔다.

저는 되든 안 되든 처절하게 깨지기 위해 출마했다. 처절하게 깨지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게 제 역할이다. 지금까지 우리를 지지해줬던 분들이 1년 내내 망가지는 것만 봤다. 그리고 또 패배하면 얼마나 패배감을 느낄지 알기 때문에 사실은 출마하는 게 두려운 것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출마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출마하고 나서 현장에 가보면 손 잡아주고, 포기 안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우는 분도 계셔서 출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친윤계로부터 불출마 압박이 있었나

"직접적인 불출마 압박은 없었다. 왜냐하면 지난 1년 내내 모든 게 압박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탄핵을 위해서 당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는데 가장 힘들었던 사람은 이 전 대표였겠지만 옆에 있는 사람도 200배 힘들다. 특히 저는 원내에 있다보니 지금 현장에서 받는 야유 같은 눈초리들을 원내에서 매일매일 받았다. 우리 당에 피해를 주게 될 것 같아서 웬만하면 참는 편이었지만, 어느 순간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하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을 했고 (최고위원) 출마까지 이어졌다."

▷친윤 쪽이나 이준석 반대편에 선다면 더 편한 길로 갈 수 있지 않나

"저는 그냥 제 길을 가는 거고 그 길에 함께 가는 동지들 있는 것이다. 50년 동안 살면서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면 '내 뜻을 굽히지 않고 내 갈 길을 갔다'라는 것이다. 처음 정치에 입문했을 때 생각했던 '자유와 공정'이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인데 자유롭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하고, 혁신하지 않고 구태적으로 다시 퇴보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나.

또 이준석 전 대표의 길과 정치적 방향이 저랑 맞았기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함께 했던 것이다. 만약에 제가 생각했던 그 길이 아니었으면 벌써 그만뒀다. 이 전 대표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예의가 없다는 오해들이 있는데 윤핵관들이 이 전 대표에게 했던 일들이 1000배 예의 없다. "


▷당선된다면 가장 먼저 처리하고 싶은 1호 공약은 무엇인가

"공천 개혁이다. 저는 우리 당을 떠나거나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당을 바꿔 놓으려면 제일 큰 문제점, 공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100% 상향식 공천과 낙하산 공천 배제를 꼭 실현하고 싶다. 그 일환으로 공정이라는 틀 안에서 예측 가능한 사다리를 만들어 당의 인재와 후보를 공개 선발할 것이다. 제가 정치인이 된 이유이기도 한데, 정치하고 싶은 청년들을 위해 '이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실력을 쌓아가면 나도 도의원도 되고 시의원도 되고 그리고 국회의원도 될 수 있구나' 이렇게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비전을 실현하려면 당내 다수인 윤핵관, 친윤과도 협력해야 하지 않나

"협력해야 한다. 전당대회라는 전쟁이 끝나면 그들과의 설득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고 또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지도부가 되면 흐름이 완전 바뀔 것이다.

제가 당선되면 윤핵관과 갈등이 생기고 용산(대통령실)과 싸울 것이라는 이야기는 윤핵관이 만든 비상식적인 프레임이다. 우리 모두 다 당이 잘 되길 바라지 않나. 다같이 총선 승리를 위해서 싸우고자 하는 목표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비윤' 후보인가

"상식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돼서 제가 얻을 게 뭐가 있겠나. 저는 예전부터 '나는 친윤'이라고 말했다. 친윤과 비윤이 어디있나. 제가 얼마나 윤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당시 윤 후보가 가지 못하는 흑산도까지 가면서 노력했는지 조금만 찾아보면 알 것이다. 친윤과 비윤 프레임을 자체가 더불어민주당 스타일의 마타도어(흑색선전)이다. 저는 비윤이 아닌 '비윤핵관'으로서 어렵게 얻은 정권을 다시 뺏기지 않기 위해 마타도어하고 당원들 눈과 귀를 가리는 윤핵관 퇴진을 외치고 있다."

▷조수진 후보 등이 친이준석계가 '내부총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쓴소리와 내부총질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남을 가르치려고 하기 전에 고해성사부터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때문에 이뤄진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면 안 되지만 당헌을 바꿔 후보를 냈다. 지금 전당대회도 (조수진 전 최고위원 등이 사퇴하면서) 정상적인 당을 비정상으로 만들어 이뤄진 보궐선거 성격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 전당대회에 나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려고 하나.

내부 총질이라는 표현 자체도 다수가 소수를 억압할 때 쓰는 용어다. 지금까지 제가 한 발언을 찾아보면 전부 당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점만 제기했다. 내부 총질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게 내부 총질이라면 공부 좀 하셔야 한다. 나경원 전 의원이라는 대선배에게 초선들이 연판장을 돌린 것이야 말로 내부 총질이다."

▷원내에도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있나

"15분 정도 계시는 것 같다. 초선도 중진도 있다. 겉으로 드러내지를 못할 뿐이지 이제는 전화 주시거나 문자 주시는 분들도 조금 더 많아졌다. 이렇게 가면 총선 망친다 정말 큰일이고 하는 의견들이 이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 것 같고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서 아마 그 임계점에 다다를 것 같다."

▷김기현 후보가 윤핵관에게 빚을 지는 것처럼 친이준석계도 이준석 전 대표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는 동지다. 만약에 그렇다면 지금 천하람 후보도 '이준석을 뛰어넘겠다' 같은 말을 못하지않겠나. 선의의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끼리 이준석 전 대표에게 진 빚을 어떻게 갚냐고 얘기하니까 이 전 대표가 '무슨 소리냐. 오히려 내가 후보들한테 이제까지 진 빚을 갚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했다.

또 천아용인 4명이 바보가 아니다.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는 선택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한다. 고마움을 간직하겠지만 고마움 때문에 제 철학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맹진규/오유림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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