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로벌 항공사 L사를 다니는 P씨는 입사 8년 차 엔지니어다. P씨의 주요 업무는 항공기 내부를 테스트해 성능에 문제가 없는지 검수하는 일이다. 테스트를 위한 업무용 스마트폰에는 디지털 트윈 기반 증강현실(AR)을 사용해 항공기 내부 설계 데이터를 3차원(3D) 기반으로 시각화해주는 앱이 설치됐다. 이를 통해 항공기 내부를 휴대폰으로 촬영한 뒤 화면상에서 분해된 부품의 분석 데이터를 사무실의 개발자에게 전송해 설계 수정이 필요할 시 협업하고 있다.
#2 가전제품 제조사인 M사 공장 바닥에는 QR 코드가 여러 개 부착돼 있다. 부품을 실은 물류 로봇 30여 대가 바닥에 부착된 QR코드를 따라 움직이면서 생산 라인으로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다.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엔지니어는 현재 가동 중인 생산 라인 및 부품 이동 현황과 제품 생산 실적 등을 확인해 10분 뒤 생산 라인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특정 부품이 부족하면 화면에 부품 부족 알림이 뜨고 엔지니어는 알림을 받아 바로 대응할 수 있다.
5G 특화망은 스마트팩토리, AR, VR, 자율주행 등 5G 기반 산업 및 차세대 서비스에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기존 5G는 3.5㎓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반면 특화망은 28㎓가 기본이다. 주파수는 대역이 낮을수록 회절성이 좋아 장애물을 잘 피해 가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3.5㎓ 주파수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데이터 속도는 28㎓ 주파수 대역보다 느려지게 된다.
5G 특화망 적용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스마트팩토리다. 스마트팩토리는 설계 및 개발부터 제조, 유통, 물류 등 전 생산 과정에 자동화 솔루션을 적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하는 지능형 생산공장을 의미한다. 스마트팩토리에서는 매우 안정적이고, 고성능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기존 이동통신망의 속도와 지연을 개선한 5G 특화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무선 웨어러블 기기나 로봇을 활용해 작업 생산성과 안정성을 향상할 수 있다. 5G 특화망으로 연결한 기기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한 자동화·최적화도 가능하다.
해외에선 2019년부터 5G 특화망 서비스 개발과 상용화가 독일, 일본, 영국 등 제조업 강국 위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유럽 내 최초로 5G 특화망을 제도화하고 이를 위해 주파수를 배분하는 정책을 폈다. 이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 보쉬, 지멘스 등이 사용 면허를 발급받아 사용 중이다.
일본 정부는 2019년 민간에서 5G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로컬 5G’ 제도를 도입했다. 도입 초에는 설비투자 비용 부담이 커 보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지만, 서비스 도입 비용이 낮아지면서 사업 참여 업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5G 일반 서비스를 상용화했지만 특화망에선 후발주자다. 초고속(eMBB), 초저지연(URLLC), 초연결(mMTC)의 앞 글자를 합한 ‘이음(e-Um) 5G’ 사업을 비통신 사업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주파수 이용 유형에 따라 할당 및 지정으로 나뉜다. 할당은 특정한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며, 지정은 허가나 신고로 개설하는 무선국에서 이용할 특정한 주파수를 선정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음 5G 주파수를 할당받은 사업자는 총 8개(네이버클라우드, LG CNS, SK네트웍스서비스,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 CJ올리브네트웍스, KT MOS북부, 세종텔레콤, 위즈코어)이고, 이음 5G 주파수 지정은 총 4개(해군, 한국전력, KT, 한국수자원공사)다.
SK네트웍스서비스는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인 센트랄 창원 공장에 5G 특화망을 구축하고 디지털트윈 기반 관제 서비스를 구축했다. 제조 공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제조 OS의 데이터 연동을 통한 자율이동로봇(AMR) 운용으로 공장 물류도 자동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인프라가 갖춰진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에서 실증을 진행해 네트워크 설계와 구축, 운영 등을 직접 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중견·중소기업에 5G 특화망을 도입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은 아직 5G 특화망의 도입 및 실증 단계지만, 정부가 예산 480억원을 들여 이음 5G 실증 사업을 진행하는 등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음 5G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이음 5G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IT 및 IT 서비스 사업자들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제조 현장의 데이터 분석(빅데이터), 자동화 솔루션 제공(AI) 등으로 엔터프라이즈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기반의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내 5호 사업자 CJ올리브네트웍스가 LG유플러스와 이음 5G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자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Nexplant)을 보유한 삼성SDS가 한국전력 변전소 5G 특화망 구축 실증에 참여한 것도 이음 5G 사업을 준비하면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에서 기기의 오작동이나 화재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현장 근처의 에지 서버를 통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 산업 안전 재해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한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전용 서버를 통해 원활하고 빠른 시스템 사용이 가능하며, 외부에서 기업 데이터 접근이 불가능해 보안성도 우수하다.
분야별, 용도별로 서로 폐쇄적인 기존 네트워크와 달리 5G는 구조적으로 개방형으로 설계됐다. 용도에 따른 분산 구조가 적용되기 때문에 장비 및 단말기 해킹을 통한 데이터 유출 위험성도 크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 기반의 보안 관리가 스마트팩토리의 중요한 사업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보안 관련 리스크를 원천 차단한 MEC 기반 5G 특화망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성수 기자/도움=삼성SDS 컨설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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