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부산의 한 여고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인 '정다금 사망사건' 가해자들의 근황이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25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1216호에 갇힌 진실-정다금 사망 사건'이라는 주제로 고(故) 정다금양 추락사 사건을 재조명했다.
앞서 2009년 12월께 전남 화순의 한 리조트로 체험학습을 떠난 부산 A여고의 2학년 학생이던 정양은 묵고 있었던 한 호실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정양과 함께 머물렀던 여학생 무리 4명은 그가 용돈과 학업 등 문제로 고민이 많았으며, 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시도까지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한 명은 정양이 혼자 베란다로 나간 뒤 얼마 후 비명과 함께 추락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정양의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부검 결과, 높은 혈중 알코올이 검출됐으며 폭행 흔적으로 추정되는 상처들이 발견됐다. 수사가 재개되자, 이 무리는 "함께 술을 마신 뒤 다툼이 있었던 건 사실이나, 폭행은 없었으며 머리채만 잡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이 무리 중 주로 폭행을 가한 다른 한명에게만 상해 혐의를 적용해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다른 학생 3명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되면서 사건은 종결된 바 있다.
그알 제작진은 정양 사망 당시 방에 함께 머무른 여학생 무리 4명을 추적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고 한다. 그알에 따르면 제보자들은 이들에 대해 "여행 다니고 그냥 평범하게 지낸다", "성형을 다 했고 지나가다 보면 못 알아볼 정도", "(무리 중) 한 명은 지금 개명해서 다른 이름이고, 최근에 결혼했다", "결혼하고 아기 낳고 살고 있다" 등의 근황을 전했다.
이들 무리 중 결혼한 상태로 알려진 B씨는 그알 제작진이 직접 찾아 "정양 추락 사건과 관련해 해당 호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묻자, "왜 자꾸 따라오시는 거냐. 저는 아니다. 다른분 찾아가시라"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또한 B씨의 남편도 "결론적으로 아무 일이 없었던 것 아니냐"라며 "극단적 선택이든 타살이든 결론은 극단적 선택으로 된 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리 중 또 다른 C씨는 "(정양이 왜 추락했는지) 제가 어떻게 아냐"며 "제가 걔(정양)를 해한 것도 없었는데. 저는 더 이상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알 제작진에 따르면 C씨는 이후 제작진에게 문자로 "극단적 선택이라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의 연락이 끝내 닿지 않았다는 주동자 D씨는 행방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D씨의 가족의 지인은 제작진에 "(정양 사건 때 머물던) 동네를 떠났다"며 "이 동네와 관련해 거의 연을 다 끊어 버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D씨는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신상 정보가 알려진 탓에 개명 후 조용히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제작진의 판단이다.
그알 제작진은 이와 관련해 "정양과 함께 있었던 여학생 4명 무리가 그를 추락하도록 부추기는 행위는 없었는지 지금이라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면서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가 밝혀지면, 지금이라도 형사적 책임을 충분히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밝히고 싶어 하는 친구들의 진심과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수사 당국이 헤아려주기를 부탁한다"며 "4인방의 용기 있는 고백 또한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