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밀린 보험사기 방지법·가상자산법…"금융소비자 보호 뒷전"

입력 2023-02-27 14:46   수정 2023-02-27 15:07


보험사기 처벌 강화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등 금융소비자를 위한 각종 법안들이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공회전을 거듭하게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등 정치현안 때문에 민생입법 처리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과 가상자산 관련 입법들을 제대로 논의해보지도 못하고 회의를 종료했다. 이날 오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관련 국회 본회의 표결 일정이 잡히면서다. 주택연금 가입 기준을 현재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에서 12억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의 한국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 등 일부 법안만 통과됐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은 보험업계의 숙원사항이다. 보험사기 처벌 수위를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인 특별법이 2016년 시행됐다. 하지만 보험사기 범죄가 점점 조직화·지능화되면서 현행 특별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7년 7302억원에서 2021년 9434억원으로 늘었다.

총 10건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이날 법안소위 테이블에 올랐다. ▲보험사기 조사를 위한 금융당국의 자료요청권 도입 ▲보험업 관련자가 범행 시 가중처벌 ▲보험사기범죄 이익 환수 ▲보험사기 알선·권유·유인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보험금 누수를 막아 소비자 효용을 증대시키려는 민생법안”이라며 “여야 의원 공히 개정안을 냈을 만큼 이견도 없는데 이날 심의조차 진행되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8건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초 금융권에선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보험업법 개정안이 이날 법안소위를 통과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이 법안의 경우 소위가 열리기 며칠 전에 심사안건 목록에서 아예 빠져버려 보험업계의 허탈감을 키우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17건의 법률 제·개정안도 이날 회의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가상자산 발행 및 공시 규제나 불공정거래행위 제재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들이다. ‘FTX 파산’, ‘테라-루나 사태’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당분간 ‘낮잠 자는 법안’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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