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새 탄소중립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하는 기업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기업 10곳 중 3곳은 투자자금 조달 어려움 등의 이유로 탄소 감축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목표관리제 대상기업 1000곳 중 400곳을 대상으로 지난 14~21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68.8%가 "탄소중립 추진이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쟁력 약화 위기'(23.5%), '업종 존속 위기'(7.7%) 등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기업은 31.2%에 그쳤다. 1년 전 조사에선 긍정적 답변을 준 기업 비율이 34.8%에 불과했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81.5%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설비투자 지원 확대, 탄소차액계약제도 도입, 제4기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2026∼2030년) 조기 수립 등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응답 기업의 66.0%는 탄소 감축 설비 투자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기업은 투자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분야(복수 응답)로는 '에너지효율 개선'(68.2%)이 가장 많았다. 재생에너지 사용(24.2%), 폐열 회수(18.6%), 연료 전환(11.7%), 공정가스 감축(8.3%), 자원 순환(7.6%), 탄소포집 저장·활용(2.7%) 등이 뒤를 이었다.
투자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이유로 투자자금 조달의 어려움(42.5%)을 꼽았다. 감축 수단·기술 부족(33.1%), 배출량 감소로 투자 불필요(11.9%), 배출권 가격 등 투자 인센티브 불확실성(8.8%) 등도 주요 이유로 꼽혔다.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시급한 정부 정책과제로 기업들은 투자자금 지원 확대(33.0%), 제도 개선(24.0%), 감축 기술 개발·보급(17.9%), 투자 인센티브 확대(12.8%) 등을 들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내 기업이 탄소중립을 기회 삼아 도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과감한 자금지원과 인센티브 확대로 우리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감축할 수 있도록 상쇄배출권 사용 한도를 10%로 확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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