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사들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글로벌 통신사 대비해서는 상각 전 영업이익률(EBITDA 마진율)이 낮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한국경제신문이 취합한 한국·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캐나다 주요 통신사 12곳의 상각 전 영업이익 마진율은 평균적으로 32.8% 수준(2020~2022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이었다.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곳은 4곳이었는데 이 중 프랑스계 오렌지사(29.8%)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이 한국 통신사였다.
가장 마진율이 높은 회사는 캐나다의 로저스(41.1%)였고 이탈리아의 팀(37.9%), 미국의 버라이즌(36.0%) 등이 뒤를 이었다. 유럽계 회사들은 대체로 30% 중반 마진율을 기록했다.버진모바일 계열 O2(35.8%), 브리티시텔레콤(BT·35.2%), 도이체텔레콤(34.9%) 등이었다. 도이체텔레콤의 마진율은 계열사 T모바일 등을 연결로 계산한 것이다. 일본 2위 통신사 KDDI의 마진율도 33.4%로 한국 통신사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1위 NTT도코모는 이동통신부문만 별도로 재무제표를 살펴보기 어려워 집계에서 제외했다.
반면 국내 통신사 중에서는 SK텔레콤의 마진율이 31.2%로 가장 높았고, LG유플러스가 24.8%, KT가 20.7%로 '꼴찌'를 기록했다. KT는 마진율이 낮은 계열사가 많은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통신사의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장 큰 이유는 통신사의 중복 투자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과 연관이 있다는 게 통신업계의 설명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영국 등 유럽계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설치를 통신사들이 공동으로 하거나 공공기관에서 먼저 설치한 후 통신사가 이를 빌려쓰는 방식도 많이 쓰고 있는 반면, 국내서는 통신사들이 각자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중복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통신장비 등 후방산업 효과까지 고려해 3사가 협동보다는 경쟁을 하도록 해 온 결과 설비투자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주파수 할당 비용 등도 영향을 준다. 일본의 경우 주파수 경매제를 2026년에야 도입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현재는 통신사에 주파수를 무상으로 할당하고 있다. 일본 KDDI의 영업수익 대비 설비투자 금액(CAPEX) 비중은 11~12% 수준으로 국내 3사 13~17% 에 비해 낮다.
다만 도이체텔레콤의 영업수익 대비 설비투자 금액 비중은 20%대 초반으로 국내 통신사보다 높았다. 이와 관련해 국내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국내사들은 2019년부터 5G 투자를 한 반면 해외 업체들은 2020년 이후 투자가 집중된 영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통신사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을 번다며 연일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동통신 3사가 단말기 장려금과 고객 지원 등에 관해 자회사·비자회사를 차별하는 불공정행위를 한 혐의와 관련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통신사 이익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아지면서 금융업계에서는 관련 투자 비중을 잇달아 줄이는 중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통신서비스 산업을 둘러싼 여러 잡음들이 통신주 투자 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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