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쑥 늘어난다. 가로로 늘어나는 게 아니라 세로로 화면이 커지는 게 특징이다. 모토로라는 폴더블폰을 이을 '차세대 폼팩터(기기 형태)'로 기대받는 롤러블폰을 선보였다. 27일(현지시간)부터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다.
"아이폰미니 크기 롤러블폰, 프로맥스 수준으로 커져"
천징 레노버 중국 휴대폰사업부 사장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MWC 2023에서 공개된 롤러블 스마트폰 영상을 게시했다. 이 롤러블폰은 지난해 10월 모회사인 '레노버 테크 월드(Lenovo Tech World)' 행사 때 깜짝 등장한 바 있다.
영상에 따르면 그간 경쟁사가 내놓은 롤러블폰 시제품은 화면이 가로로 늘어나는 방식인 반면, 모토로라의 롤러블폰은 세로로 화면이 커진다. 전면 스크린 크기 5인치가 버튼을 누르면 6.5인치까지 늘어난다.
기본 화면 크기는 아이폰13 미니와 비슷하지만 화면을 늘리면 아이폰14프로맥스 정도 크기로 커진다. 가로로 영상을 시청하다 다른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휴대폰을 세로로 세우면 자동으로 화면 크기가 작아지기도 한다. 용도에 맞게 화면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소개가 뒤따랐다.
화면을 늘리는 데는 소요되는 시간은 약 3초로, 롤러블 기능을 실행하면 화면이 늘어나는 동시에 홈 화면 아이콘들도 화면에 맞게 배열된다. 늘어난 화면의 후면은 시간과 날짜, 날씨 등이 표시되며 필요한 경우 알림 등도 상시 노출 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 이 롤러블폰은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의 P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델의 배터리 용량은 3000밀리암페어시(mAh)로 5인치 모드로 사용시 충분할 수 있지만, 6.5인치로 늘려 이용할 경우 배터리 용량이 다소 부족할 수 있다. 무게는 210g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23과 S23플러스보다 무겁고 S23울트라보다는 가볍다.
이날 레노버는 12.7인치에서 최대 15.3인치로 늘어나는 롤러블 노트북 시제품도 선보였다. 롤러블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출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스마트폰 업계, 커지는 폴더블·롤러블 시장에 '눈독'
업계는 폴더블폰 뒤를 이을 차세대 폼팩터로 롤러블폰을 주목하고 있다. 화면이 돌돌 말리는 형태의 롤러블폰은 뛰어난 휴대성과 편의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에 따르면 지난해 약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 수준인 폴더블·롤러블폰 시장은 2025년에는 100배 넘게 성장해 1053억달러(약 133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에선 LG전자가 2021년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전파 인증을 받으며 세계 최초의 롤러블폰 출시를 준비했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면서 빛을 보진 못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에 이어 롤러블폰 시장에도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중국 TCL과 오포 등이 시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진출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애플 역시 롤러블 관련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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