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는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어린이집, 유치원보다 이른 낮 12시20분 전후에 하교하기 때문에 상당수가 방과 후 ‘학원 뺑뺑이’를 돌며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돌봄서비스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기도에선 전국에서 가장 많은 80개 초등학교가 참여한다. 방과 후 프로그램 수강생에게 에듀테크와 연계한 교과 프로그램을 추가로 제공하는 ‘하나 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외지역 초등학생을 위해 주말과 방학 중 지역사회 기관과 연계하는 방과 후 학교도 마련한다.
인천에서는 30개 학교가 늘봄학교에 참여해 1학년 집중 지원 프로그램을 최장 1학기 동안 운영한다. 모든 늘봄학교에서 이른 시간에 등교하더라도 독서교실 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전남과 경북에서는 돌봄 중심인 도시형과 방과 후 과정 중심인 농어촌형 모형을 개발하고, 지역 특성화 프로그램과 마을 돌봄 연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또 과대·과밀학교 등 인근 학교의 돌봄 초과 수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거점형 돌봄기관’ 7곳도 구축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KB금융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5년간 5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교육부는 내년 시범운영 교육청을 7~8개로 확대한 뒤 2025년 전국에 늘봄학교를 도입할 계획이다.
교사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각 시·도교육청이 늘봄학교 업무 담당과 책임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일선 학교에서 업무 분담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며 “전담조직과 인력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일부 학교에서 ‘늘봄 수당’ 등 인센티브를 내세워 교사에게 돌봄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 파행 운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에선 늘봄학교 운영에 지원하는 학교가 부족해 교육청이 강제로 할당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늘어난 돌봄 업무를 두고 교사와 돌봄전담사 간 갈등도 일고 있다. 학교의 돌봄전담사와 교원단체가 번갈아 학교장들에게 ‘돌봄 업무를 우리에게 맡기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는 식이다.
교육부는 늘봄학교 전담 인력을 늘리고 운영도 학교 중심에서 교육지원청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개편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4개의 늘봄학교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교육청과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정부도 지원과 소통을 통해 정책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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