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은행·통신사 전격 현장조사…금리·요금 인하 '전방위 압박'

입력 2023-02-27 18:46   수정 2023-02-28 01:23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국내 3대 통신사와 6개 은행에 대해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과 금융업계의 독과점 폐해를 지적하자 공정위가 즉각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이다. 업계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대통령 한마디에…공정위 전방위 압박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이날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기업 등 6개 은행 본점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은행들이 대출 금리와 고객 수수료 등을 담합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담합을 보러 왔다고 들었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금리 담합 등을 보러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각 은행에 다음달 3일까지 현장 조사를 예고해 고강도 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 시장감시국도 이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대한 현장조사를 했다. 공정위는 이동통신사들이 요금체계, 지원금, 고객 지원 등과 관련해 담합하거나 불공정 거래를 했는지 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여부나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금융·통신업계를 동시다발로 압박한 것은 윤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15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통신과 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며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직격했다.

23일에는 공정위로부터 금융·통신 분야 경쟁 활성화 방안을 보고받고 “금융과 통신은 국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서비스”라며 “이런 분야에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힘없는 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23일 보고에서 금융·통신 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영업 정책이나 불공정 약관을 점검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대폰 단말기 유통시장 분석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요금체계 등에 대한 시장 분석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통신사들이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해 휴대폰 단말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면서 단말기와 통신요금을 엮는 체계 등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현실 모르고 조사 나서나”
윤 대통령의 한마디에 공정위가 전격적으로 ‘칼’을 빼 들자 은행권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대금리와 수수료 담합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은행업의 현실을 모르고 조사에 나선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은행들은 수수료를 얼마나 받을지에 대해 금융당국에 계속 보고한다”고 했다. 담합 의심 정황이 있더라도 이를 입증하는 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통신사들은 대외적인 입장 표명을 삼간 채 공정위 조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괜히 불만을 제기했다 뭇매를 맞지 않을까 두려워서다. 통신 3사는 이날 조사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 조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먼지 털기’식 조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는 최근 5년간 이동통신 3사와 그 계열사 간 담합 등과 관련해 6건의 의혹을 조사했지만 담합 증거를 찾지 못해 4건을 무혐의 처분한 상태다. 또 6개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혐의를 2012~2016년 조사했지만 담합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 채 심의 절차를 종료했다.

김소현/이상은/박상용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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