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화웨이와 사업 기회 잡아야죠"…4년후 도약 꿈꾸는 스타트업들

입력 2023-02-28 01:37   수정 2023-02-28 09:29



“MWC(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오니 화웨이 관계자도 만나네요. 신규 투자 자금이 절실한 스타트업엔 흔치 않은 기회죠.”(장현호 젠트리 대표)
“미국 보잉사로부터 연구?개발(R&D) 협업 제안을 받았고, 현재 관련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미국 CES(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스페인 MWC에 이어 독일 IFA(국제가전박람회)에도 방문해 세계 시장에 저희 제품을 차근차근 소개하려 합니다.”(이주혁 코스모스랩 대표)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만난 스타트업 대표들의 눈은 하나같이 기대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MWC와 같은 대규모 행사들이 줄줄이 중단된 탓에 신규 창업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부터 팬데믹 이전과 같은 규모로 전시회들이 하나둘 재개되면서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도 넓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젠트리는 반려동물 전용 웨어러블 건강관리 플랫폼 ‘두리틀(Dolittle)’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다. 벨트처럼 생긴 기기를 반려동물이 착용하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심박수와 호흡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문 의학 지식이 없어도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위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1974년생으로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의 장 대표는 이번이 4번째 창업이다. ‘3전 4기’의 도전정신 끝에 글로벌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로 회사를 키워냈다. 충남 천안시에서 13년째 직접 동물병원을 운영해 온 수의사인 그는 “병원에서 번 돈을 창업하는 데 다 써버렸다”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두리틀’의 사업성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고 MWC 참가를 단행했다. 장 대표는 “부스 차리는 데만 1000만원인데, 정부 지원 덕에 올 수 있게 됐다”며 “사업 기회를 꾸준히 넓혀 올해부터 매출 20억원을 내는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모스랩은 배터리 시장에선 비주류에 속하는 ‘물 배터리’를 제조하는 회사다. 배터리 주요 소재 중 하나인 전해액의 주성분으로 물을 활용해 ‘열 폭주’(평시 대비 온도가 3도 이상 오르는 현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전극도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 희귀 광물 대신 야자수 껍질과 같은 폐목재를 태워 만든 탄소를 기반으로 생산해 친환경적이다. ‘주류 배터리’인 리튬이온전지보다 수명도 최대 3배 길다.


이 대표는 카이스트, 한국화학연구원 등에서 박사 과정을 거치며 10년 넘게 배터리를 연구해 왔다. 단돈 5000만원을 손에 쥐고 창업에 뛰어든 그는 10여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총 1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대표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한 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정부 지원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젠트리, 코스모스랩을 포함해 인포카, 레티널, 참깨연구소, 엔닷라이트, 아고스비전, 알엠지, 웅진씽크빅(신사업 부문), 뤼튼테크놀로지스, 이노크래틱테크놀로지스, 제제컴즈, 스페이스뱅크 등 13개 스타트업이 무역협회의 도움을 받아 MWC 내 스타트업 전용관인 ‘4FYL’에 부스를 차렸다. 4FYL이란 4 years from now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4년 후에는 본 전시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의 잠재력을 지닌 유망 스타트업들을 위한 공간이다.


무역협회는 스타트업들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는 ‘본글로벌(born global)’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하에 투자 유치와 판로 개척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코카콜라, 로레알, 아마존, BMW 등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 스타트업들의 ‘매칭’을 지원하는 ‘Fortune 500 Connect’ 사업에는 2019~2022년 4년간 7653개에 달하는 스타트업들이 참가했다.

바르셀로나=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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