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무기명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가운데,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반란표 색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27일 이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등 일부 친야(親野)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명(非이재명)계로 파악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낸 뒤 받은 답장을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여럿 올라왔다. 이들은 비명계 의원들을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뜻의 은어)'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모 의원이 겁주네요. 무섭게"라며 한 의원과 나눈 문자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대화에서 해당 의원은 네티즌이 "이번에 수박 인증 제대로 했네요"라는 문자를 보내자 "나는 부표 던졌으니 함부로 얘기하면 가만 안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의원실에 연락한 네티즌도 있었다. 이소영 의원실과 나눈 문자를 캡처해 올린 네티즌은 문자에서 "확실한 답변을 들려달라. 민주당원들은 지금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이 의원실은 "부결에 투표하셨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여러 차례 강조하신 바 있다"고 진땀 해명을 했다.
이 밖에도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30여명의 이탈자는 알아서 자수하라", "수박즙을 짤 때가 왔다", "수박들을 응징해야 한다" 등 과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급기야 이탈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수박 명단'까지 나돌고 있다. 또 비명계의 탈당 등을 요구하는 당원들이 몰려 당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이 되지 않기도 했다.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여야 의원 297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무효표 논란이 불거진 2표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판단에 따라 각각 반대 1표와 무효 1표로 분류됐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299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의 과반 찬성인 만큼,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다만 이는 당초 민주당 지도부의 예상과는 다소 결이 다른 결과다. 민주당은 169석 의석을 내세워 170표 이상의 '압도적 부결'을 자신한 바 있다.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114명)과 정의당(6명), 시대전환(1명)은 찬성 투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세 개 정당의 찬성표를 합치면 121표가 된다. 이에 민주당과 친민주당 성향인 무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찬성만 18표, 이탈표가 총 38표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번 민주당 의원들의 무더기 이탈표는 지도부를 향한 경종이 될 것"이라며 "향후 이 대표의 리더십 수행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이 대표의 거취를 압박해야 한다는 그룹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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