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은 30층 건물이 쑥쑥 올라가는데, 바로 앞 학교 안은 10층도 못 올린다. 개발 역차별이다.”
한 사립대 총장이 전한 대학 현실이다. 그에게 대학은 별별 규제에 막혀 숨이 끊긴 ‘좀비’나 다름없다. 자율도 없고, 돈도 없으며, 미래도 없다. 말 그대로 ‘3무(無)’다.
국립대라고 형편이 나은 것도 아니다. 세계 10대 대학을 지향하는 서울대만 해도 재정자립이 여의찮다. 법인화 10년인 지난해 세입 9411억원 중 정부출연금이 5380억원(57.2%)을 차지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법인화 취지가 뒷걸음질 쳤음을 드러낸 것이다. 자율과 재정자립은 ‘잘 가르치는 실력’으로 연결된다. 한 서울대 교수는 “해외 주요 대학들과 비교하면 교수 연봉이 딱 3분의 1 수준이어서 오겠다는 사람보다 떠나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런데도 감사에선 매년 인건비 증가가 문제로 지목된다.
규제와 개혁. 그 사이에서 우물쭈물하다 한꺼번에 맞닥뜨린 게 학령인구 급감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10년 내 대학 절반이 문을 닫을 것이란 비관이 나온다. 지방 대학의 처지는 참담한 수준이다. 2023학년도 미달로 인한 전체 추가모집 인원 1만7439명 중 지방대가 1만5579명(89.3%)을 차지했다는 게 현실을 함축한다. 14년간 묶어놨던 등록금 규제를 풀어도 해결하기 힘든 ‘시장’의 실종이다.
현실이 지목하는 해법은 두 가지다. 자율과 시장이다. 새 정부는 틀어쥐고 있던 예산권의 50%를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와중이다. 그간 보기 힘들었던 변화다. 이젠 개혁에 저항한 대학 안팎의 기득권 세력이 응답할 차례다. 24시간 뉴스 방송 CNN을 만든 미디어 황제 테드 터너는 이렇게 말했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비켜서라.” 결단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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