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정의 일부인 북아일랜드 협약을 개정하는 데 합의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영토지만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단일 시장에 남아 EU의 통관 절차와 관세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다른 지역들과 경제가 분리돼 갈등이 컸다.
개정안의 핵심은 브렉시트 이후 높아진 영국과 북아일랜드 간 경제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양측은 “새로운 장이 시작됐다”고 자평했지만 아직 북아일랜드 정당을 설득하는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수낵 총리는 “이번 합의가 북아일랜드 불확실성을 끝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 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양측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까운 파트너”라고 말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세 가지다. 먼저 영국과 북아일랜드의 통관 절차가 완화된다.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로 넘어오는 제품 중 북아일랜드에 남는 제품은 검역·통관이 면제된다. 양측은 통관 면제 대상 제품에는 녹색 줄을, 수출용 제품에는 빨간 줄을 붙여 구분하기로 했다. 기존엔 북아일랜드가 EU 단일 시장에 남아 영국 내 물품 이동인데도 EU의 검역·통관을 모두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혼란과 반발이 있었다.
수낵 총리가 강조하고 현지에서 관심이 집중된 건 ‘스토몬트(Stormont) 브레이크’다. EU의 새 시장 규칙이 북아일랜드에 적용될 때 북아일랜드 의회가 긴급 제동을 걸 수 있는 권한이다. 이 경우 영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최종 중재권은 유럽사법재판소(ECJ)에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EU 규정을 따르던 북아일랜드의 부가가치세율은 앞으로 영국 정부가 정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가 승인한 의약품의 북아일랜드 판매도 가능해졌다.
EU로서도 브렉시트 이후 지속된 영국과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길 희망한 만큼 “의미 있는 양보”를 했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 지정학적 위험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수년간의 마찰을 종식시키고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커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까지 갈 길은 멀다. 우선 영국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은 일단 합의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이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더 강한 브렉시트를 주장하고 연정을 거부하면서 1년째 북아일랜드 정부 구성을 막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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