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NASA(미국 항공우주국)’ 우주항공청의 청사진이 나왔다. 차관급 정무직인 청장이 전권을 쥐고 조직과 인사, 예산을 책임진다. 우주항공청을 공무원 사회 혁신 모델로 만들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계획이다.
▶본지 2월 17일자 1·13면 참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2일 입법예고 했다. 약 2주간 의견을 받고 법안을 확정한다. 상반기 국회 의결을 거쳐 연내 개청이 목표다.
우주항공청은 과기정통부의 외청으로 설계됐다. 특별법은 △조직 구성 △임용 △보수 책정 △파견 및 겸직 △취업제한 등 5개 분야에서 특례 조항을 뒀다. 국가공무원법과 국가재정법, 정부조직법 등에 우선해 적용한다.
조직 구성의 경우 외부 민간 전문가 채용 비율 제한이 없다. 필요한 경우 100% 외부 전문가로 구성이 가능한 셈이다. 현재 정부조직법은 임기제 공무원 채용 비율이 전체 구성원의 20%를 넘을 수 없게 하고 있다.
또 청장은 정부조직법과는 달리 자체 보좌기관을 대통령령에 따라 설치할 수 있다. 기술 및 산업 변화에 즉각 대응해 ‘과’ 단위 프로젝트 조직을 일주일 이내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3개월 이상 소요된 작업이다.
외국인이나 복수국적자도 채용한다. 계급, 직군, 직렬의 구분이 없다. 분류를 달리 정할 수도 있다. 1급 공무원에 대해선 고위공무원임용심사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했다.
과기정통부는 과거 기상청의 기상선진화추진단장(1급)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기상협회장 출신의 케네스 크로포드 단장은 외국인 신분으로 2009년 8월부터 2013년 2월까지 기상청에서 근무했다.
민간 전문가가 보유한 주식을 백지 신탁해야 고위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주식백지신탁’에서도 자유롭도록 예외 규정을 마련했다.
보수 책정도 기존 공무원 호봉 체계와 다르게 했다. 우주항공청 자체 기준을 마련해 직위, 업무 내용, 책임 정도에 따라 예산 범위 내에서 연봉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과기정통부는 NASA의 전문인력 보수 규정을 참고했다. NASA는 과학·공학·행정 분야 고위직(레벨3)에게 18만7300달러(작년 기준)의 급여를 책정한다. 필요시 2단계 가량 상향해 급여를 지급할 수도 있다.
연구 개발 성과를 민간 기업에 판매해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기술료 이전 수익의 일정 부분을 연구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보상금 규정도 마련했다.
파견과 겸직도 허용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나 KAIST 등 과학기술원에 속해 연구 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우주항공청 소속 임기제 공무원으로 직무를 겸할 수 있다. 소속 기관의 실험 장비를 이용해 협업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
취업제한도 없앴다. 청장은 공직자윤리법과 관계없이 우주항공청 퇴직자의 민간기업 재취업을 승인할 수 있게 했다.
예산 활용의 자율성도 청장에게 줬다. 연구개발 목표나 방법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과 사전 협의한 바에 따라 예산 자체 전용이 가능하게 했다. 또 기술 개발 및 산업 진흥을 위한 우주항공지원기금도 마련한다.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관련 정책, 기술개발 및 산업 육성, 기반조선, 인재육성, 민군 및 국제협력을 담당한다. 과기정통부가 담당하던 우주개발진흥법, 산업부가 담당하던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 등을 우주항공청이 넘겨 받는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우주위원회의 실무위원장은 우주항공청장이 맡는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특별법을 통해 우주항공청에 최고의 인재가 유입되고 이들이 전문성을 주도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공무원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어 “2045년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우주경제 분야 기업인과 학생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우주항공청의 설립을 준비해왔다. 우주항공청을 최고의 전문가 중심 연구개발 플랫폼으로 만들어 대한민국 우주경제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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