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기획력과 전국 1만7000여 개에 달하는 ‘편의점 플랫폼’을 무기로 ‘삼립 왕국’을 위협하고 있다. 푸드코아라는 중소기업과 제휴해 지난해 5월 출시한 연세우유빵 시리즈(사진)는 1일 현재 누적 판매량이 2000만 개에 달한다. SPC삼립의 포켓몬빵(약 1억 개)에 필적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CU에 진열된 기획 상품 중 90%가량이 중소 제조사가 만든 제품이다. CU가 업계 최초로 내놓은 RTD(Ready To Drink) 하이볼이 대표적이다. 젊은 세대의 하이볼 트렌드에 발맞춰 브루어리 스타트업인 부루구루와 협업해 만들었다. 작년 12월 출시 이후 1월 말까지 누적 판매량 150만 개를 넘어섰다.
세븐브로이가 만든 곰표 맥주, 위글위글의 에코백 등 밸런타인데이 콜라보 상품, 디저트 전문 기업 참조은에스에프와의 크림모찌 등이 CU와 중소기업 간 협업으로 탄생한 대표 상품이다. 2017년부터 CU에 기획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참조은의 매출은 2018년 295억원에서 지난해 350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BGF리테일의 이 같은 전략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렌드에 민감한 편의점의 특성상 다품종, 소량 생산이 중요한데 중소 식음료사가 이를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최근엔 동반성장위원회가 주최한 ‘2022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유공 포상’에서 업계 최초로 단체 부문 국무총리표창을 받기도 했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에선 CU가 유일하게 중소 제조사의 특급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선 CU 등 편의점 채널을 통한 마케팅이 때론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식음료 제조사 관계자는 “편의점 가맹본사는 초도 물량만 구매해준다”며 “편의점에서 대박을 터뜨렸다고 물량을 확 늘렸다간 자칫 재고 부담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각사 온라인 구매를 위한 앱에 올라와 있는 할인 상품 대부분이 이들 중소 협업사의 재고 물량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중소 식음료 스타트업 관계자는 “편의점 판매는 지상파 방송의 맛집에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며 “갑자기 손님이 몰려들어서 매출이 몇 배 뛰기도 하지만, 넘쳐나는 손님들을 제대로 응대하지 못하면 오히려 매출이 방송 전보다 떨어지는 일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