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육상연맹회장 임대기 선배는 경청의 대가로 듣지 않으면서도 듣는 귀를 가졌다. 흘러 다니는 후배들의 고충이나 애로를 마음속에 담아뒀다가 넌지시 해결책을 전해줬다. 물론 평소에 준비된 사람에게 한해서였다. 삼성 라이온즈 유정근 선배는 올라갈수록 실무자의 자세로 일할 것을 주문했다. 늙은 생강의 매운맛을 보여주려면 현장 감각이 필수라고 했다.
모든 것은 반사된 빛이다. 따라 하다가 일가를 이루는 법이다. 배울 것 많은 상사와 동료는 비즈니스맨의 복이다. 또 하나의 경로가 있다. 당신이 나서는 길거리다. 우리는 모두 생활자다. 누구든 삼시 세끼 밥을 먹고 하루에 한 번 잔다. 두 번 자는 사람은 없다. 마케팅은 그런 평범한 생활인의 일상을 다룬다. 문제는 바라보는 사람의 비범한 눈이다.
지난겨울, 91세의 장모님은 몸이 작아지고 있었다. 안사람은 따뜻한 밥을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모님과 함께 한라산 중턱의 한 펜션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안사람은 ‘이거 드세요, 저거 드세요’ 하며 자신을 낳고 키운 엄마에게 따뜻한 밥과 국을 만들어 대접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도두봉에 있는 온천에 두 번 갔고 난 바로 옆 반려견 카페에서 다섯 살 달구와 함께 기다렸다. 두 사람은 따뜻한 추억을 남기려 서로 애썼다. 벌써 20년 전 돌아가신 엄마에게 소리 지르며 달려든 기억이 떠올라서 망연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변치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효가 그렇다.
베트남 다낭은 골프여행이었다. 다낭은 중국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아 적절한 수용 인원이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하루 5000명의 중국인과 3000명의 한국인이 거리에 쏟아지고 뒤섞여 야단법석이었다. 여행을 도와준 김명원 사장(50)은 박항서 감독과 한류 콘텐츠의 인기가 폭발적이어서 한국 사람이 여전히 환영받는다고 했다. 일행이 들른 판방동 한국인 거리 고향이발관은 귀마사지가 전문이다. 주인은 강릉의 한 은행 지점장을 마치고 6년 전 이곳에 왔다. 남들을 따라 해선 밥벌이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서울로 돌아가는 관광객들을 위한 마사지를 생각했다. 발을 씻기고 얼굴을 면도한 뒤 오이팩을 해준다.
그다음이 유명한 귓속 청소다. 여러 가지 형태와 길이의 면봉을 동원해 귀지를 파고 20~30분 동안 귓불 주변까지 매끈하게 다듬는다. 처음의 걱정과 달리 잠이 올 정도로 편안했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고 말리면 끝난다. 그렇게 90분이 지나고 1만5000원을 내면 상대의 말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갈 쾌적한 손과 발의 컨디션이 회복된다. 마사지사의 능숙하고 절제된 동작은 7~8년 동안 숙련한 결과다.
하지만 문전성시의 비결이 또 있다. 실수는 용인해도 태만은 용서하지 않는 주인의 철칙이다. 마사지사가 졸거나 게으름을 피워 고객의 불만이 들리면 그 자리에서 해고한다. 언제나 정신이 전략을 선행한다. 정리해보자. 마케터의 선생은 사람이고 훈련장은 길거리다. 어마어마한 마케팅 사례는 그만 들먹이고 당신 주변을 살펴라. 거리를 관찰해라. 지금 당신 곁으로 돈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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