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는 충분히 쌓였다.”
부산 중견기업 파나시아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장치(CCS)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단순 제품 개발 차원이 아니다. 대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비즈니스 모델인 EPC(설계·조달·시공)를 통해 친환경 기술 도입 과정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겠다는 포부다. 친환경 관련 기술의 축적은 물론, 사내 모든 부서에 뿌리내린 디지털 전환이 이런 결정의 토대가 됐다. 이수태 파나시아 대표(사진)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레시피’는 곧 CCS 개발 데이터의 축적을 의미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부산시와 강서구 미음산업단지 일대에 109억원을 투자해 3공장을 건립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인공지능(AI)이 생산을 진두지휘하는 1공장(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스크러버 생산)과 2공장(수소 개질 기술 실험)에 이은 것으로, 이 대표는 3공장을 CCS EPC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EPC 비즈니스 모델은 자금력과 기술을 갖춘 대기업이 추진하는 사업 모델”이라며 “사업 리스크도 있지만 최근의 기후 위기가 새로운 규칙을 세우고 있어 이 흐름에 빨리 올라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CCS 관련 기술을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는 판단도 따랐다.
이 대표가 주목한 새로운 흐름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이다. 이 대표는 “철강 등 온실가스 의무 보고가 시작되는 영역부터 시작해 사업 타당성 분석, 설계, 자재 조달, 제작, 시공까지 탄소 포집의 전 영역을 다뤄 탄소중립 분야에서 종합 컨설팅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공장에서 비롯된 데이터의 축적은 파나시아가 지닌 무기다. 파나시아는 국내 일부 기업이 인증받은 스마트공장의 최고 등급인 ‘등대공장’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온도와 습도 등 외부환경은 물론 제조 과정에서 기계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AI가 분석해 제어하고 있다. 수십 개에 달하는 변수가 로봇의 움직임을 더욱 정교하게 해 품질의 편차를 줄였다. 불량률은 6.43%에서 0.9% 수준으로 낮아졌다. 핵심기술인 UV(자외선)램프 공정에서는 단 네 명의 직원이 하루 200개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공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일부 공정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접목한 메타버스 기술까지 구현했다. 2공장에서 실험 중인 천연가스, 암모니아, 메탄 등 다양한 자원으로부터 수소를 추출하는 작업을 통해서도 관련 데이터가 꾸준히 쌓이고 있다. CCS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의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생산뿐 아니라 경영, 설계 등 모든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디지털 전환 과제를 제시해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40개가 넘는 협력사의 스마트공장 설립도 유도하는 중이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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