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지향점은 김범석 쿠팡Inc 대표(사진)의 ‘워딩(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아시아 넘버1 리테일러가 쿠팡의 목표”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 113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흑자 엔진’까지 장착한 쿠팡의 진격으로 올해 유통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쟁을 치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쿠팡의 이 같은 성장세는 국내 유통업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렵다. 2014년 ‘로켓 배송’을 선보인 이후 10년도 안 돼 국내 유통 ‘빅3’에 올랐다. 유통 전업사로 분류되는 신세계그룹이 여전히 1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쿠팡은 매출 기준으로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그룹 유통 부문을 앞질렀다.
이마트를 필두로 한 신세계그룹 유통 부문 9개사(면세점 제외)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30조4602억원에 달했다. 롯데쇼핑의 작년 매출은 15조4760억원에 그쳤다. 롯데면세점의 전성기 매출(2019년 9조3539억원)을 합하더라도 쿠팡에 못 미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외 다른 계열사 매출까지 합해야 약 26조원이다.
유통 대전은 올해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만 해도 오는 7월 출범을 목표로 이마트, 신세계백화점·면세점, 스타벅스, G마켓, SSG닷컴 등 핵심 계열사 여섯 곳이 연합한 통합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내놓는다. 첫해 목표는 400만 명이다. 쿠팡의 유료 회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00만 명을 넘어섰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의 장자방’이라고 불리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쿠팡과는 다른 길’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온라인만 해도 국내 최대 오픈 마켓인 G마켓이 쿠팡을 대적하도록 하고, SSG닷컴은 쿠팡이 열세인 패션·뷰티·신선 부문에 집중하도록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문법을 따라가는 데 급급했던 신세계, 롯데쇼핑이 최근 들어 자신만의 전법을 구사하기 시작했다”며 “대형마트 휴일 영업 규제가 대구에서부터 풀리는 등 기존 유통업체에 불리한 규제 환경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쿠팡에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독식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 유통 시장은 ‘춘추전국’의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쿠팡의 e커머스 시장 평정에도 불구하고 티몬, 위메프 등 중소 업체들이 여전히 건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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