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움직임 센서를 붙이고 흔들자 근처의 로봇이 똑같이 움직였다. 인간의 동작에 맞춰 실시간으로 그릇을 집어들고, 녹차가루를 물에 우려냈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통신기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NTT 도코모가 선보인 ‘모션 셰어링(움직임 공유)’ 플랫폼 시연 장면이다. 이 기술을 고도화하면 강원도에 사는 기술 장인이 서울의 한 공방에서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다. 현실에도 아바타를 둘 수 있는 셈이다.
NTT 도코모는 원격으로 촉각을 전달하는 플랫폼도 소개했다. 특정 디바이스를 손에 쥐고 있으니 열 걸음 이상 떨어져 있는 시연자가 사포를 만질 때의 감각이 기자에게 전달됐다. NTT 도코모 관계자는 “5G와 6G 통신을 통하면 실시간 촉각 데이터 등을 주고받을 수 있다”며 “의사가 멀리 떨어진 아이의 건강을 진단하기 위해 아이 엄마와 센서를 연동해 ‘촉진(만져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기업인 어드밴시스인서저리(AIS)는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이용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로봇을 선보였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일종인 엑소스켈레톤(외골격 로봇)이다. 로드 멘차가 AIS 최고경영자(CEO)는 “로봇이 근육과 뼈 역할을 하면서 하반신 마비 환자도 걸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통신기업 오랑주는 촉각 정보를 활용해 운동 경기를 분석해주는 솔루션을 출품했다. 경기장의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5G의 저지연 통신과 인공지능(AI) 실시간 분석을 통해 특수 태블릿판에 점자처럼 표시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부스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도 태블릿을 만져 공이 어디로 갔는지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는 멀리 있는 사람과 3차원 그래픽으로 소통을 지원하는 홀로그램 기술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 스마트폰과 노트북 대신 통신 기지국을 들고나왔다. 신규 칩셋을 적용한 삼성전자의 5G 기지국은 기존 장비보다 데이터 처리 용량이 두 배 많지만, 소비전력은 40%가량 줄어든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8기가헤르츠(GHz) 대역에서 2.2Gbps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5G 소형기지국(스몰셀) 소프트웨어를 전시했다.
노키아는 부스에 네트워크 용량을 키운 안테나 장비를 들여 6G 통신망을 시연했고, 퀄컴은 노키아 T모바일과 함께 중대역 주파수를 끌어모아 다운로드 속도를 최대 4.2Gbps로 올린 기술을 발표했다.
바르셀로나=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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