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증권사, 부동산 PF 성과급 체계 뜯어고쳐야"

입력 2023-03-02 14:52   수정 2023-03-03 10:24

이 기사는 03월 02일 14: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성과급 체계 수정이 필요하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증권업계의 법인지급결제 허용과 외환업무 범위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장단점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원장은 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4개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취재진과 만나 “부동산 PF 관련 성과급 체계가 중장기 성과에 비해 초기 성과에 가중치가 높다는데 (14개 증권사 CEO들과) 공감대를 같이 했다”며 “향후 (부동산PF) 성과급 체편 과정에서 이 같은 시각이나 의견이 반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원장은 국내 증권사들의 단기 성과 중심의 성과급 체계가 부동산 PF 부실을 불러온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성과를 쌓기 위해 증권사의 부동산 관련 임직원들이 과도한 경쟁을 펼치게 되고 이 과정에 부동산 PF 부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말에는 임원회의에서 “부동산 PF 관련된 증권 임직원 등의 성과급 지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부터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가 높은 증권사들을 상대로 성과급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부동산 PF 부실화 문제뿐만 아니라 단기자금시장의 불안 재발 등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도 대비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동시에 금감원 차원에서 순자본비율(NCR) 제도 정비와 스트레스 상황을 반영한 유동성 리스크 관리체계 등을 개선한다는 뜻도 전달했다.

이 원장은 위기 상황에서 증권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해외 진출 등 글로벌화에 힘써 달라는 당부도 함께 전했다. 그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성장잠재력이 높은 혁신기업 및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 육성하는 증권사 본연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부동산 투자에 편중된 그간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업무를 통한 고부가가치 사업 역량 강화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해달라”고 말했다. 또 증권사의 신뢰 제고를 위해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및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관행 개선 및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 제고 논의에 각별한 관심과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증권사 CEO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증권업계의 숙원 사업인 법인지급결제 허용을 요청했다. 법인들도 증권사 계좌를 통해 자금 송금과 이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개인은 증권사 계좌로 자금을 송금하거나 이체할 수 있지만 법인들은 불가능하다. 은행권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제품의 판매대 및 협력업체 결제 등을 증권사 계좌로 할 수 있게 된다. 증권사들은 또 외환업무의 범위도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증권사들의 요구에 대해 “허용됐을 때 장단점이 다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안이 있는지 (증권업계와) 같이 고민해보자는 말씀을 드렸다”며 “은행업권과의 칸막이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고 반대로 증권업계에서도 어떤 칸막이가 없는지 살펴봐달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유석 금투협회장을 비롯해 미래에셋·삼성·하나·KB·메리츠·키움·대신·교보·하이투자·신영·비엔케이투자·유진투자·SK·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14개사 CEO가 참석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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