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러시아 무기 공급 가능성을 제기하며 주요 7개국(G7)에 중국에 대한 제재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세가 러시아 쪽으로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내놓지 않은 데다 중국 제재에 대해 한국과 일본 등 중국 주변국들이 부담을 느끼는 점이 걸림돌이다.
중국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미국은 계속해서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을 제기하며 국제 사회에서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군사지원 자제를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지난달 독일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러시아에 군사지원을 하지 말라고 직접 경고했다.
미국이 이처럼 중국의 러시아 지원에 대해 견제하고 나선 것은 이로 인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판세가 뒤집힐 수 있어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국가들의 경제 제재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지원을 한다면 미국으로선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로이터는 중국에 대한 제재 협의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G7에 제안한 제재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도 없다. 경제 제재를 할 경우 주무 부처인 미국 재무부도 사안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로이터는 한 소식통을 활용해 "미국 정부의 제안 뒤 어떤 구체적 대책에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진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영국의 정부 관계자들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대러시아 무역 제한을 점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미국 정부는 UAE가 수출 금지 상품들의 품목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에 대한 전쟁 지원에 나섰다는 정황을 포착해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북한과 이란처럼 금융 제재를 중국에 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 제재를 담당했던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장은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할 것인지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3일 백악관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것으로 로이터는 예상했다. 1일부터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고 있는 G20 외무장관 회의에서도 이 사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가 사수중인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를 러시아군이 포위하려고 계속 시도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지원군을 증파하면서 전투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바흐무트 공방전에서 양측의 전력 소모가 매우 커 앞으로 전쟁의 향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박신영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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