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발생한 표 이탈 사태의 여진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당권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제명까지 요구하는 가운데 일부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다시 부의되면 표결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내홍을 종식하고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에 힘을 싣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방탄 프레임’에 휘말려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배경에는 2차 표결이 이뤄지면 대규모 이탈표가 재현되거나, 최악의 경우 가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검찰은 대북 송금 의혹과 백현동·정자동 개발 비리 사건 등의 수사를 마치는 대로 이 대표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강성 및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본회의에 불참하겠다고 공표하면 지도부도 저지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나머지 의원들은 회의장에 입장하는 것 자체에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갈등을 정리하고 총구를 정부·여당에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대표는 표결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안호영 수석대변인을 통해 “(가결 참여) 명단을 만들고 공격하는 행위는 당의 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단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으로 특검을 추진하려고 해도 본회의 처리까지 최장 8개월이 걸린다. 침묵하고 있는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협력을 거부하면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가 실패할 수 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는 취임 후 30개가 넘는 당내 위원회를 만들고 영수 회담과 추가경정예산안, 입법 강행, 특검 등 가능한 모든 카드를 꺼내 들었다”며 “여기에 정순신 게이트와 대장동 50억 클럽, 이태원 참사 등 정권의 각종 악재가 터졌는데도 당이 지지율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결국 여론이 ‘이재명의 민주당’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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