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강세를 보였던 은행주가 고전하고 있다. 규제 관련 리스크가 부각되자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6조원 가까이 줄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6.5%였다. KB금융이 8.23% 하락하며 가장 부진했다. 그 뒤를 하나금융지주(-6.8%), 신한지주(-6.5%), 우리금융지주(-4.61%)가 이었다. 이들 금융지주의 합계 시가총액은 약 5조8880억원 줄었다.
금융지주가 속한 KRX 은행 지수도 지난달 5.61% 하락했다. KRX 지수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0.5% 내렸다는 걸 감안하면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돌았다.
증권가에선 규제 관련 리스크가 부각된 점이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 공공성 강화 및 관련 규제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국내 은행주가 조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이 태스크포스에선 △은행권 경쟁촉진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개선 △대손충당금 확대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사회공헌 활성화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등 6개 과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6월 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발을 빼고 있다. 연초 4대 금융지주의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순매도나 매수규를 줄였다. 1월 한 달 새 외인은 KB금융을 1680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지난달 1538억원을 팔아치웠다. 신한지주는 1월 외국인이 2644억원 순매수하면서 순매수 종목 3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외인들이 399억원 순매도했다.
시중은행이 올해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은행의 핵심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상승세가 꺾여 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에서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수신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대출금리 상승 폭이 줄어 순이자마진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추가로 금리 인상할 여력이 크지 않아 순이자마진 상승 동력은 약화할 것"이라고 봤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6월 말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유예 조치가 정상화되는 걸 감안하면 1분기 중 예대금리차(예금·대출 금리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LCR 규제 완화가 끝나면 은행은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 잔액 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규 예금을 유치해야 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예금금리의 하락 폭이 대출금리의 하락 폭보다 커지면서 예대금리차(신규 취급액 기준)는 1.63%포인트로, 전달(1.34%포인트)보다 0.29%포인트 확대됐고, 지난해 초보단 0.2%포인트가량 낮았다.
이병건 DB금융투자연구원은 "1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상승한 걸 고려하면 지난달 예대금리차는 전월에 비해 저조할 것"이라며 "정기예금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이번 달에도 대출금리가 상승하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지난해 12월(4.29%)보다 0.47%포인트 하락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