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의 올해 초 판매량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10월 신규 트림 '디 에센셜'을 추가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지만, 올해 초반 판매량이 지난해 평균 판매량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4일 현대차에 따르면 캐스퍼는 올해 1월 3070대, 2월 3164대를 판매했다. 평균 3100대 정도 팔렸다. 제네시스를 제외한 현대차 레저용 차량(RV) 중에서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7461대), 준중형 SUV 투싼(7197대) 다음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캐스퍼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가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 대대적으로 캐스퍼 판매 촉진 마케팅을 벌였지만 판매량이 지난해 평균 판매량보다 상당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캐스퍼는 2021년 9월 출시돼 지난해 월평균 약 400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올 초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신규 트림이 추가됐음을 고려했을 때,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경차 시장에서 캐스퍼의 상징성은 크다. 출시 직후 돌풍을 일으킨 캐스퍼의 인기 덕분에 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13만대를 넘었다. 캐스퍼는 지난해 스테디셀링 카인 기아 레이도 제치면서 국내 경차 시장 1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레이에도 판매량이 뒤지는 모양새다. 레이는 올해 1월 3585대, 2월 4268대 팔렸다. 올해 들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캐스퍼의 월평균 판매량보다 약 800대 많다. 기아는 지난해 8월 부분 변경 모델 '더 뉴 레이'를 출시한 바 있다.
캐스퍼의 인기 하락 원인으로는 신규 트림 추가 외에 2021년 출시 이후 디자인 등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거론된다.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도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캐스퍼는 기본 트림에 풀옵션을 더하면 2000만원이 넘는다. 웬만한 준중형 세단 기본 트림 수준까지 가격이 올라가는 셈이다.
캐스퍼 판매량 감소가 경차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차 종류 자체가 너무 적다. 옵션도 고급 차 옵션과 비슷해지는 추세인데, 경차 시장이 좁아지고 있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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