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에 이어 '분노에 찬 지원'(Rage Applying)이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조용한 사직'은 직역하면 '직장을 그만둔다'는 뜻이었으나, 실제로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을 하겠다'는 의미를 지녔다. 이와 달리 '분노에 찬 지원'은 직장에서 승진을 못하거나, 연봉에 불만족하는 등 이유로 분노해 다른 회사에 지원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분노에 찬 지원'은 온라인에서 유행처럼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직장 보복 형태다. 특히 과로, 무시, 저임금 등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더 적합한 근로 환경을 찾기 위해 다른 회사에 대거 지원한다고 한다.
숏폼(짧은 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최근 '분노에 찬 지원'(Rage Apply)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1400만개를 웃돌고 있다.
29세의 한 틱톡 유저는 "직장에서 화가 나서 약 15개의 회사에 지원했다"면서 "결국 나는 이전보다 연봉 2만5000달러(한화 약 3만2529만원)를 더 주는 회사로 이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니까 계속 화를 내라"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사연을 담은 그의 영상은 틱톡에서 조회 수 240만을 기록했다.
호주에 거주하는 28세 금융 전문가인 산즈나의 '분노에 찬 지원' 영상도 틱톡에서 13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승진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분노에 찬 지원'을 했다"면서 그 결과 연봉 5만 달러(한화 약 6500만원)를 올려주는 곳으로 이직했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분노에 찬 지원' 열풍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꿈의 직업을 찾기 위한 희망으로 수많은 이력서를 넣고 있다. 이는 '조용한 퇴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야기한 '대퇴사(Great Resignation) 시대'의 연장선상이라는 게 뉴욕포스트의 설명이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도 지난달 23일 올해 직장 내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분노에 찬 지원'을 꼽았다.
캐나다 국영 CBC는 지난달 25일 "'분노에 찬 지원'은 '조용한 사직'에서 한발짝 더 나간 직장 보복의 최신 유형"이라고 보도했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도 지난달 2일 '분노에 찬 지원'을 '조용한 사직'과 함께 거론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리더들에 의해 직원들이 신뢰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노동 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미국에서 총 8500만 명의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떠났다. 충분하지 못한 임금, 제한된 승진 기회, 직장에서의 존경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