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규정도 크게 강화돼 20~30년 전과 같은 모래밭 위 철제 기구는 거의 다 퇴출됐다. 바닥은 보통 우레탄 등 탄성이 있는 소재로 조성되며 최근엔 친환경 고무 등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물놀이 시설도 어린이들이 많은 단지에선 필수다. 2008년말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에선 마당에 카약장까지 만들어 화제가 됐었다. GS건설 관계자는 "당시 괌의 리조트에 있는 시설을 보고와 그대로 재현하는 수준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유지보수 비용 때문에 몇 년안에 폐쇄될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카약장은 지금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다만 카약장은 널리 확산되진 못했고, 대신 물을 모아놨다 쏟아주는 물놀이터가 표준이 됐다. 젊은 부부가 주로 분양받는 신도시 아파트의 예비입주자 대표회의가 건설사에 요구하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최근 대단지 아파트에선 놀이터도 연령별로 유아용, 초등 저학년용, 고학년용으로 세분해 설치한다. 유아용 놀이시설은 그네, 시소, 흙놀이 등 연령이 낮은 어린이들이 흥미를 보이는 놀이기구를 설치한다. 유아를 데려온 보호자가 차를 마시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티하우스 등의 공간과 가까운 곳에 배치한다. 고학년 어린이 용으로는 놀이와 운동을 함께할 수 있는 어려운 기구 등 주로 몸으로 놀이를 할 수 있는 기구가 설치된다.
보통 중고생 이상의 자녀를 둔 입주자가 많은 40~50평대(전용면적 100~145㎡ 가량) 주변에선 놀이터를 멀리 배치해야한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집이 많은 20~30평대(전용 59~84㎡) 주변에 놀이터를 만드는 게 보통이다. 지난해 서초구의 한 신축단지는 어린이들의 노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주민들이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의 놀이터 출입 금지를 요구해 다툼이 벌어지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연식이 된 아파트에선 놀이터 활용도가 떨어지고 불량 학생들이 몰려온다며 놀이터를 운동시설 등으로 바꾸는 곳도 있다.
건설사들은 서울에선 놀이터를 예전처럼 무조건 크고 화려하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어린이들이 알차게 이용할 수 있는 쓸모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아동 교육학자와 디자인 전문가를 동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은 디에이치 자이 개포에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화작가’ 에 선정된 영국의 동화작가 앤서니브라운의 ‘우리 아빠(My dad)’ 이야기를 재현한 놀이터를 조성했다.
코오롱글로벌 역시 반려동물 놀이터 ‘하늘채 펫짐’을 개발해 지난해 분양한 경북 구미 ‘인의동 2차 하늘채’에 첫 적용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놀이시설은 기본이며 화장실, 음수대, 사회성이 부족한 개를 위한 패밀리룸도 갖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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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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