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3일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윤석열 대통령을 빗대면서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후보)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원작과 다른 결말로 이야기를 이끌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정당은 국민 세금만 지원받고, 정작 국민 의사를 지도자 선출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민 다수의 선거권을 제한했다. 누군가가 자유롭게 출마를 결정하려고 할 때마다 커다란 손이 나타나 큰 채찍으로 때리고, 그걸 보고 달려든 하이에나들이 연판장으로 물어뜯으며 피선거권을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불출마를 압박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및 친윤 인사들을 직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런 모습을 소설 속 주인공 엄석대와 한병태(천아용인), 그리고 담임선생님(국민)에 비유했다. 엄석대가 누구를 비유한 것인지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맥락상 윤 대통령을 가리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소설에서 엄석대는 반장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에 저항하는 전학생 한병태에 집단 괴롭힘을 가한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이 바뀌자 엄석대의 '왕국'은 붕괴한다.
이 전 대표는 "엄석대가 무너질 때 가장 잔인하게 엄석대에 대한 고발을 아끼지 않았던 학생들의 모습이 기억나나. 엄석대의 권력을 떠받들면서, 엄석대가 만든 해괴한 시스템하에서 누릴 것을 누리고 남을 린치하는데 앞장서던 그들이 담임선생님이 엄석대의 비행을 적어내라고 하자 누구보다 앞서서 그를 고발하고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한다"며 "담임선생님은 엄석대도 나쁘다며 꾸짖지만, 그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였던 아이들도 5대씩 때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6년 전 우리는 국민들에게 호되게 혼났던 집단이었다. 그때 왜 혼났는지도 다 기억할 것"이라며 "그때도 엄석대가 있었고,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들이 있었다"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친박(친박근혜) 세력의 몰락을 상기시켰다.
이어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이 더 큰 힘을 가지고 국민을 대신해 엄석대가 구축하려고 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게 해달라"며 "이제 이 소설과 다른 결말을 당원 여러분께서 써달라"고 지지를 거듭 당부했다.
이 전 대표 기자회견을 두고 당권주자인 김기현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글을 보면서 엄석대가 이재명(민주당 대표)을 지칭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찌 우리 당 대통령을 무뢰배 엄석대에 비유하나"라며 "우리 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민주당보다 더한 짓을 하는 건 예의도 아니고 도리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엄석대가 누구인지 이야기하지도 않았는데, 다들 각자의 생각대로 연상하는 것은 자유"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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