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사업전략 수립 단계에 불과한 상태에서 카카오에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해 약 2172억원의 자금을 반드시 긴급하게 조달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SM엔터가 충분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카카오가 기존 주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SM엔터 2대 주주 지위에 오르면서 향후 경영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됨에도 주주들에게 알리거나 의견을 수렴한 적이 없었던 점도 지적했다. SM엔터가 추가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나설 때 카카오에 우선적으로 인수할 권리를 넘긴 것도 카카오의 SM엔터에 대한 경영권이나 지배권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날 판결로 하이브는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카카오가 신주 및 전환사채를 인수해 확보하려던 9.05% 없이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개매수가를 15만원으로 산정해 지분을 40%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카카오가 투입해야 할 금액은 1조4286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는 6일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지분율을 공개한 이후 이에 맞춰 대응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양측이 지금부터 전면전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달 27일 “하이브의 공세에 맞서 SM엔터와의 사업협력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며 가처분 결과와 무관하게 경영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카카오의 우호세력으로 보이는 기타법인이 지난달 16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SM엔터 지분을 각각 2.9%(68만3398주), 4.56%(108만7801주) 매집하기도 했다.
카카오의 공세가 꺾이지 않을 것을 감지한 하이브도 물밑에서 기관들을 접촉하며 지분율을 늘리기 위한 행보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총괄은 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입장문을 내고 “SM엔터를 둘러싸고 일어난 많은 일에 송구한 마음이 크다”며 “포스트 이수만 시대 SM엔터에 가장 적합한 ‘더 베스트’는 BTS라는 대기록을 세운 하이브”라고 하이브에 다시 한번 힘을 실었다.
하지은/차준호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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