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귀에 스파게티를 걸친 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시청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러시아 정치인이 법적 처벌 위기에 놓였다.
4일 외신에 따르면 미하일 압달킨 러시아 두마(하원) 의원은 오는 7일 법원에 출석해 재판받게 된다. 압달킨 의원이 러시아 소셜미디어 V콘탁테에 올린 영상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는 자기 귀에 스파게티를 걸고 푸틴 대통령의 연설을 TV로 보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누들 비디오’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러시아에서 누군가의 귀에 면이 매달려 있다는 말은 그 사람이 속임수에 당하고 있다는 의미로 통한다. 푸틴 대통령의 지난달 21일 국정연설이 사기극이라는 의미를 전달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동영상이 퍼지자 러시아 공산당과 의원들은 “러시아 정치인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인 같다”며 압달킨 의원을 질책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에 한 국정연설에서 신(新)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탄두 등의 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통제하고, 양국의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기로 한 협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과 확대 책임은 서방에 있다고도 주장했다.
러시아 법원이 압달킨 의원에게 징역형을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군을 모욕한 혐의 등을 적용해 반정부 세력에게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압달킨 의원은 “나는 전적으로 지지하고 동의하고 있다”며 “23년 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멋진 연설이었다”는 입장을 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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