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하이브가 우위를 점하게 됐다. 법원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손을 들어주면서 카카오의 SM 지분 확보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김유성 수석부장판사)는 3일 오후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앞서 이 전 총괄은 SM이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는 위법 행위라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최종적으로 법원이 이 전 총괄의 손을 들어주면서 SM의 2대 주주에 오르려던 카카오의 계획은 무산됐다.
법원의 결정이 나온 뒤 이 전 총괄은 SM을 향해 작성한 장문의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SM은 나에게 도전이었고, 행복이었고, 축복이었다"며 "1970년대 더벅머리 발라드 가수가 된 이래 저는 평생을 대중과 함께 살았다. 가수로서, MC로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프로듀서가 된 후 배출한 가수들이 또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 SM을 둘러싸고 일어난 많은 일들에 송구한 마음은 그래서 더 크다"고 했다.
이어 "1989년 SM 기획을 세울 때 저는 청춘이자 스타트업이었다. 노래가 좋아서 가수에게 필요한 시스템을 현장에서 고민했다. 음악산업의 서구 모델을 연구해 SM의 회사구조를 세웠다. 한국형 팝, 아이돌의 세계는 선진국형 비즈니스 모델에 한국형 인재 육성 모델을 조합해 이룬 것이다. SM과 함께 JYP, YG, 그리고 하이브 등 K팝이 세계에서 이룬 업적은 대한민국의 기적이자 축복"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총괄은 "현진영에서부터 H.O.T.,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와 에스파에 이르기까지 그 세월만큼 저의 청춘도 흘러갔다"면서 "SM의 '포스트 이수만'은 제 오래된 고민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SM을 이 업계의 '베스트'에게 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게 '베스트'란 프로듀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에게 '더 베스트'는 하이브였다면서 "SM과는 경쟁 관계였지만, BTS의 성공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자랑이다.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저와 같은 음악 프로듀서로서 배고픈 시절을 겪어 본 사람"이라고 했다.
이 전 총괄은 "SM 맹장으로서의 인생 일막을 마치고, 이제 저는 이막으로 넘어간다. 저의 넥스트는 테크놀로지와 문화가 만나는 곳이다. 그곳을 향해 저는 저벅저벅 걸어간다"고 밝혔다.
또 SM 현 경영진을 비롯한 구성원들을 향해 "여러분과 함께했던 날들에 저는 후회가 없다. SM은 제게 도전이었고, 행복이었고, 축복이었다'고 했다. 아티스트들에게는 "손끝, 발끝까지 온 에너지를 쏟아 무대 집중 퍼포먼스를 해내는 당신들이 오히려 제 선생님이었다. 존경하고 대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SM 인수전의 승기를 먼저 잡게 된 하이브도 입장을 발표했다. 하이브는 "이번 결정을 통해 SM의 현 경영진이 회사의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위법한 시도가 명확히 저지되고, 이제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SM이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주주 및 구성원, 아티스트의 권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SM 현 경영진은 이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제 관심은 카카오에 쏠린다. 지분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카카오는 막강한 '현금 실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투자금 1조2000억원을 유치한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1차 납입금인 8975억원을 입금받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향후 계획을 묻자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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