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먹고사는 한국 이러면 안돼"…10년째 분투한 회사 [강경주의 IT카페]

입력 2023-03-04 13:10   수정 2023-03-04 18:48


챗GPT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설계 및 테스트 등을 자동으로 지원하는 EDA(전자설계자동화)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된 EDA생태계가 구축되지 못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전력 분석 EDA툴을 개발하면서 10여년간 고군분투한 업체가 있다. 토종 EDA 기업 바움이 그 주인공이다.

3일 이준환 바움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반도체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제대로 된 EDA 업체가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2013년 설립된 바움은 반도체 설계 시 소모되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EDA 소프트웨어(SW) '파워 바움(PowerBaum)'과 '파워 워젤(Power Wurzel)'을 개발해 국내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및 디자인하우스에 공급하고 있다.

바움 SW의 가장 큰 강점은 기존 제품 대비 분석 속도가 최대 1000배 빠르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반도체 대기업, LX세미콘, 파두, 퓨리오사AI, 에이직랜드 등의 굵직한 고객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바움이 거둔 성과보다 한국이 처한 EDA 경쟁력 저하 문제를 더 주목했다. 글로벌 EDA 시장은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앞세운 미국과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독과점 체제가 이어지고 있어 한국 인재들이 EDA 창업에 도전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EDA 시장에서 미국의 시높시스와 케이던스는 각각 32%, 30%의 점유율로 1,2위를 기록했다. 3위인 독일의 지멘스EDA(舊 멘토 그래픽스)까지 합산할 경우 상위 3개 기업이 8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나머지 20%가량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바움을 비롯해 서너 곳의 EDA 업체만 활동할 뿐 점유율을 논할 수준이 아니다.

챗GPT와 애플·테슬라 등 글로벌 IT 대기업들의 자체 칩 설계 추세에 힘입어 관련 시장까지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이를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글로벌 EDA 시장은 2020년 기준 1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2027년까지 연평균 9.6%씩 성장해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과거 인텔, 퀄컴처럼 몇몇 회사가 설계를 독점할 때는 EDA 업계의 고객사가 한정됐지만 이제는 많은 IT 기업들이 자체 칩 설계에 나서면서 EDA 툴을 판매할 수 있는 고객사들도 대거 늘었다"며 "바움도 AMD, 퀄컴, 엔비디아와 같은 팹리스를 넘어 애플, 메타, 구글, 테슬라, 아마존 등이 잠재 고객으로 설정해놓고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0년간 EDA에 몸담은 끝에 지난해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바움은 성과를 극대화해 해외 시장 공략,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한국 반도체 회사들이 국산 EDA 툴을 사용하도록 정부에서 제도 지원을 한다면 국내 EDA 생태계가 뿌리를 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EDA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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