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삼일절)에 일장기를 게양해 물의를 빚은 세종시 한 아파트 주민이 자신의 집 앞에서 항의한 이들을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가운데,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3일 세종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일절 항의방문 당일 영상'이라는 제목의 글과 영상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누가 폭언과 모욕을 했는지 직접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영상에는 지난 1일 일장기를 게양했던 집을 찾아가 항의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주거 침입죄로 고소하겠다"고 대응하는 주민의 육성도 그대로 담겼다.
"3.1절에 왜 일장기를 걸었냐. 일본 사람이 맞냐"고 주민들이 항의하자 일장기를 건 주민 A씨는 "유관순이 실존인물이냐. 일장기 걸면 눈이 뒤집히냐"며 "간첩이죠. 간첩죄로 신고할게요. 간첩신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그러면서 "니네 인공기한테도 그렇게 하니. 남의 집 찾아와 가지고 미개하다, 미개해. 아주"라고 말하다가 이내 "닥쳐라, 이×아"라는 폭언도 내뱉었다.
A씨 부부는 지난 2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항의하러 집을 찾아온 사람들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남겼다. 이에 세종남부경찰서는 이 사건을 접수한 상태다.
앞서 지난 1일 오전 A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세종시 한솔동 한 아파트 발코니에 일장기를 내걸었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A씨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거나 아파트 밖에서 발코니를 향해 항의하는 등 주민들 항의가 빗발쳤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도 주민 신고를 받고 일장기를 내건 가구를 두 차례 방문했으나 A씨 부부를 만나지 못했다.
A씨는 오후 4시께 자진해서 일장기를 내렸다. A씨는 당시 "나는 일본인인데 한국이 너무 싫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세종시 측은 "입주민 카드에는 한국인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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