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아니면 언제 다시 볼 수 있겠나 싶어서 왔어요.”
5일 오전 9시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매표소 앞.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의 현장 판매 티켓을 구하기 위해 왔다는 이영자 씨(55)는 “전시 폐막 전에 꼭 보고 싶어서 아침 댓바람부터 기다리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씨뿐만이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앞은 합스부르크 전시 입장권을 손에 넣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주말 아침부터 북적였다. 매표소 앞은 물론 국립중앙박물관 입구 앞 계단까지 줄이 쭉 늘어섰다. 온라인 예매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돼 전시를 보려면 아침 일찍 줄을 서서 현장 판매분을 사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개막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합스부르크 전시가 폐막을 10여 일 앞둔 지난 4일 마침내 누적 관람객 30만 명을 돌파했다. 일반적으로 ‘블록버스터 전시’를 판단하는 기준은 ‘관람객 수 10만 명’이다. 합스부르크 전시는 이보다 세 배나 많은 관람객을 기록했다. 최근 10년 사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전시가 30만 명을 넘어선 건 2014년 ‘오르세 미술관전’(34만 명), 2016년 ‘이집트 보물전’(37만 명) 등 딱 두 건뿐이다.
더구나 이번 전시는 관람객의 안전과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하루 관람 인원을 최소한으로 제한한 가운데 진행돼 사실상 역대 최대 수준을 넘어선 성과를 냈다는 게 문화예술계의 평가다.
이번 전시는 이미 본 사람들도 ‘다시 보고 싶다’고 입을 모을 만큼 전시품이 다양하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 디에고 벨라스케스 등 서양미술 거장들의 회화작품은 물론 왕족이 입었던 갑옷, 가로·세로 4m가 넘는 태피스트리 등 쉽게 볼 수 없는 작품 96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벨라스케스의 대표작인 ‘흰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를 보러 방문했다가 각종 전시품에 반했다는 관람객도 많다.
전시가 끝나면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집품은 ‘고향’인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으로 돌아간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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