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보다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심각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명예교수(사진)는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비롯한 복합적인 위기가 전 세계를 짓누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경제의 미래에 대한 키워드로는 ‘초거대 위협(megathreats)’을 제시했다. 2011년 복합 위기를 뜻하는 ‘퍼펙트 스톰’을 언급한 지 12년 만이다.
루비니 교수는 팬데믹 이후 세계가 잘못된 정책을 오래 유지하면서 경착륙 위험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요국이 너무 오래 저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게 됐다”며 “지금까지 보지 못한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경기 침체 없이 물가 상승률을 2% 목표치로 낮추는 연착륙 시나리오는 달성하기 어렵다”며 “올해 말이 돼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4~5% 선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를 잡기 위해 뒤늦게 과도한 긴축에 나서면서 경기를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세계 경제를 양분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그는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속화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세계 경제와 통화 체계를 둘로 쪼갤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의 지배력이 약화하면서 미·중 양쪽과 집중적으로 교역하고 있는 한국 역시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 돌풍 이후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AI) 시대 역시 인류에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AI·로보틱스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경제 성장률 자체는 높아지겠지만 영구적 실업이 불가피할 것이란 논리다. 루비니 교수는 “부의 불평등이 심화하는 한편 상위 10% 기술을 가진 경제 주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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