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00조원 규모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제도 전반을 수술한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손실을 낸 것을 계기로 기금운용에 대한 비판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갈수록 약화하는 운용 전문성과 핵심 인력의 대거 이탈로 기금운용 체계가 위기에 빠졌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정부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최근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우선 기금운용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와 집행 조직인 기금운용본부 등 조직과 제도 전반을 들여다본 뒤 개선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2017년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이전한 뒤 조직과 인력에 나타난 문제점도 종합적으로 따져볼 계획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이 맡겨 놓은 노후자금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서 연금개혁에 따른 고통 분담을 국민에게 요구할 수 없다”며 “기금운용 제도 개혁은 연금개혁의 한 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은 -8.22%, 평가 손실액은 79조6000억원에 달했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후 최악의 성적표다. 최근 10년(2012~2022년) 평균 수익률도 4.9%로 캐나다 국민연금(CPPIB·10.0%) 등 주요 글로벌 연기금 수익률을 밑돌았다.
복지부는 그동안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를 통해 기금운용 체계 개선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제도 개혁엔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를 다시 서울로 옮기는 등 근본 대책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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