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실장급이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은 뼈아픈 손실이다. 국민연금 실장급 인력은 기금본부 전주 이전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태 당시 대거 퇴사했다. 이후에도 2020년 최성제 수탁자책임실장, 2021년 김현수 부동산투자실장, 김지연 인프라투자실장 등 핵심 운용역의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배학진 미주사모팀장과 손상욱 인프라투자팀장이 각각 SK스퀘어와 IMM크레딧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사상 최저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식 및 채권 시장이 동반 폭락한 데다 대체투자도 수익률 방어에 기여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8.22%(운용손실 금액 79조6000억원)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22.8%), 해외 주식(-12.3%), 국내 채권(-5.6%), 해외 채권(-4.9%) 등 전통 자산군이 일제히 손실을 냈다. 대체투자 수익률은 유일하게 플러스였지만 기준수익률을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인플레이션으로 높아진 기준 수익률을 실제 수익률이 따라가지 못했다.
국민연금의 한 전직 운용역은 “민간에 비해 낮은 급여도 문제지만 자녀 교육과 생활 여건 등이 불편해 운용역 중 사명감만으로 장기 근속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입사하는 인력도 대부분 이력서에 국민연금 재직 경력을 추가해 높은 몸값을 받고 민간으로 떠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대체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서울 이전은 필수적이다. 부동산, 인프라, 사모투자 등 대체투자는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체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시장은 상품과 자산에 대한 정보 우위를 통해 초과 수익률을 낸다”며 “아무리 9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이라고 해도 전주에 있으면 운용역들이 글로벌 운용사들과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퇴사자 66명 가운데 20명이 대체투자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프라투자실(10명), 사모벤처투자실(6명), 부동산투자실(3명), 대체리스크관리실(1명) 등이다.
복지부는 기금운용직 전용 스마트워크센터를 오는 7월 신설해 ‘거리적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지만 일부 운용역만 서울에 머무르는 방식으로는 여의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이사장 재임 시절 기금운용본부는 서울에 남겨두려고 했지만 정치적 고려로 지방으로 이전해 안타까웠다”며 “국익을 위해 기금운용 체제의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이전하려면 ‘기금운용본부는 전주에 둔다’고 명시한 국민연금법 27조를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구 표심을 얻기 위해 전주 이전을 강행한 지역 국회의원들이 여전히 보건복지위원회에 남아 ‘전주 잔류’를 고집하고 있어 서울 이전에는 상당한 정치적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