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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가 최고의 투자처라며 ‘(주식 말고는) 대안이 없다(TINA·There is no alternative)’를 외치던 미국 월스트리트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미국 주식 외에도 다양한 투자처가 있다는 뜻의 신조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월가에서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신흥국 주식 및 채권과 원자재 투자, 현금 보유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10여 년 동안 다른 자산 대부분을 능가했던 미국 주식 투자 수익률이 지난해 부진했고 올해도 반등이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려워서다. 지난해 미국 S&P500지수는 19% 이상 하락했다.
이런 월가 분위기를 반영하는 신조어도 나왔다. 미국 은행 골드만삭스는 ‘합리적인 대안이 있다(There are reasonable alternatives)’는 문장을 축약한 ‘TARA’, 도이체방크는 ‘대안이 충분하다(There are plenty of alternatives)’를 뜻하는 ‘TAPAS’로 최근 상황을 표현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인사이트인베스트먼트는 ‘현실적인 대안이 있다(There is a realistic alternative)’를 뜻하는 ‘TIARA’를 밀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주식 투자수익률은 다른 자산에 비해 선전하고 있다. 올들어 S&P500지수는 5% 이상 올랐다. 반면 지난달 구리 가격의 하락 폭은 작년 7월 후, MSCI 신흥국 지수의 낙폭은 작년 9월 후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월가는 증시의 위험 요소에 더 주목하고 있다. 우선 S&P500 기업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내내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개월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5%, 머니마켓펀드(MMF) 금리가 연 4%를 넘기는 등 확실한 고정수익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도 문제다. 데이비드 레프코위츠 UBS 글로벌자산운용 미국주식부문 대표는 “미국 증시는 연착륙 시 앞으로 1년간 10% 상승, 경착륙 시 20%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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