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해법은 일본 피고 기업들의 직접 배상을 전제하지 않는 등 미흡한 점이 있지만, 현실을 감안한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한사코 직접 변제를 거부한 일본 정부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고 우리 정부 주도로 관계 개선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 명분을 얻었을지 모르지만, 한국은 국제적 명분과 도덕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외교 문제를 푸는 데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나 패배는 있을 수 없다. 더욱이 징용 배상 문제는 사실관계와 해석을 둘러싼 한·일 양측의 다툼이 치열해 국제사법재판소에 맡기더라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그사이에 피해자 사망이 늘어나면 실효적 배상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경제, 외교, 안보 어느 측면으로 보나 양국 관계는 더 이상 징용 문제에 발목 잡혀 있을 때가 아니다. 2018년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이듬해부터 3년간 일본 기업의 한국 제조업 투자는 직전 3년에 비해 -57.6%를 기록했고, 한국의 대일 투자도 42.9% 쪼그라들었다(한국경제연구원 분석). 심화하는 글로벌 패권 경쟁과 부품·소재 공급망 문제 등을 감안하면 양국 간 교역 활성화는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복원된다면 북한 미사일 대처에서도 일본의 첨단 정보력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치욕”이라고 한 데 이어 “제2의 경술국치”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 등 막말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대체 언제까지 양국 관계를 파탄으로만 몰아갈 건가. 한·일 관계를 방치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양국 국민이다. 차선책이라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비판을 감수하고 채택해야 하는 게 냉엄한 외교 현실이다. 우리 정부가 큰 부담을 안고 먼저 손을 내민 만큼 일본도 더 성의 있는 후속 조치를 내놔야 하고, 양국은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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