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신카이 감독은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너의 이름은’뿐만 아니라 ‘초속 5센티미터’(2007), ‘날씨의 아이’(2019) 등도 인기를 끌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감독의 재난 3부작 가운데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재난에 대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너의 이름은’에서는 지구가 혜성과 충돌하고, ‘날씨의 아이’에서는 좋은 날씨를 얻기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을 담았다.
신카이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더욱 기발하고 섬세해진 세계관을 선보인다. 이야기는 스즈메라는 소녀가 수수께끼의 문을 여는 순간 마을에 지진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스즈메는 재난의 문을 닫기 위해 일본 곳곳을 찾아다닌다. 남자 주인공은 스즈메와 비슷한 또래의 소타. 스즈메는 고양이의 마법 탓에 ‘말하는 의자’가 돼버린 소타를 데리고 다닌다. 신카이 감독은 어두운 재난 이야기를 밝은 특성의 애니메이션과 절묘하게 결합해 이름값을 유감없이 뽐냈다.
작품에는 아기자기한 동화적 상상력이 총동원됐다.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에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문단속이란 설정으로 풀어낸 것 자체도 참신하고 기발하다. 의자로 변해버린 소타, 소타를 의자로 만든 고양이 다이진도 신비로움을 더한다. 재난에 대한 공포와 불안, 이로 인한 상처를 위로하는 메시지가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3부작에 걸쳐 재난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전작들과 비슷한 점이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기시감을 느끼기에는 주인공들의 따뜻하고 흥미진진한 여정이 너무나도 강력하다. 극장을 나설 땐 “다녀왔습니다”라는 일상 속 평범한 인사가 얼마나 소중한 말인지를 되새기게 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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