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뚝뚝 떨어지자…계약갱신 요구권 둘러싸고 또 다른 분쟁

입력 2023-03-06 16:23   수정 2023-03-06 16:24

주택임대차보호법이 2021년 개정되면서 임차인에게 계약갱신 요구권이 생겼다. 전세가가 많이 오를 때는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하고 임대인은 계약갱신 거절권을 행사해 많은 다툼이 발생했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고 전세가가 내려가자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은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1년 12월 임차인 B의 요구로 임대차계약이 갱신됐다고 가정해보자. 갱신계약의 종료일은 2년 후인 2023년 12월이 된다. 임대인 A는 전세기간 연장으로 2024년까지는 임대보증금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기존에 세워놓은 자금 계획대로 보증금을 다른 곳에 썼다. 그런데 B는 갑자기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인근 주택의 전세가가 낮아지자 전세를 유지하는 것에 불만을 느꼈다. B는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갱신한 주택임대차 계약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는 전세보증금이 더 낮은 주택으로 옮기는 게 낫다고 판단한 뒤 A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했다. A는 예상하지 못한 계약해지 통지로 3개월 후 임대보증금을 B에게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임대인 C와 임차인 D가 2021년 12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C와 D 모두 계약 종료 시점에 아무런 갱신 거절 통지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임대차계약은 2023년 12월에 종료되는 것으로 갱신됐다. 그러던 중 C는 2022년 12월에 이 주택을 E에게 매도했다.

E는 본인이 실거주할 목적으로 주택을 샀다. 임대차 계약 종료 예정 시점인 2023년 12월에 입주하기 위해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의 임대차 계약을 연장했다. 그런데 D는 전세가가 더 낮은 주택으로 이사가기 위해 전세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했다. 이 통지를 받게 된 E는 C의 지위를 승계받은 임대인으로서 계약해지 통지를 받은 때부터 3개월 후에 계약은 종료되고, 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위 두 내용처럼 주택임대차에서 계약을 갱신한 임대차의 경우 임차인은 갱신기간 중 언제든지 계약의 해지가 가능하다. 즉 임차인이 요구권을 행사해 계약이 갱신되면 그 갱신된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이 되지만,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임대인이 계약해지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해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계약은 임대인이 해지 통지를 받은 때부터 3개월이 지나면 종료되기 때문에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임대인은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줘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동시에 임차인은 주택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이는 묵시적으로 갱신된 임대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 간 다툼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 시 특약사항을 정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특약이 임차인에게 불리할 경우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가 될 수도 있다.

곽종규 KB금융 WM스타자문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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