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는 기획재정위원회 의원실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높은 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가전략기술에 자신들이 영위하는 업종도 포함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다.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는 소위 'K-칩스법'으로 알려진 반도체 지원 법안의 일부다. 금액 규모만 놓고 보면 반도체가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산업들도 해당 법의 지원 대상에 포함돼 있다.
국가전략기술에 들어가기만 하면 반도체와 같은 수준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서다. 지난해 관련 법안이 발의됐을 때 반도체 이외에 2차 전지, 백신 등이 포함됐다. 작년 연말에는 첨단 디스플레이도 국가전략기술에 올랐다.
정부안에 따르면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될 경우 대기업 설비투자에 대해 15%에 이르는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전년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10%의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추가된다.
전체 투자비 대비 최대 25%의 세액공제까지 가능한 것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됐을 때 기업들의 세금 부담은 3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법인세 감세를 통한 전체 기업의 세금 수혜가 4조원 남짓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소수 기업에 상당한 세제 혜택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설비투자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먼저 눈독 들이고 있다. 석유·화학·정유 관련 기업들이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안이 제출된 1월 중순부터 관련 기업 대관 담당자들의 기재위 의원실 접촉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관련 기업들도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등을 위해 신규 투자가 불가피한 가운데 세제 혜택을 받으면 관련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난색을 표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전략기술은 경제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산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며 "대상을 무분별하게 넓히면 제도 취지가 퇴색되는만큼 업종 추가는 상당히 신중하게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업종이 확대될 여지가 크다. 야당이 관련 법안 통과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만큼 기재위 협의 과정에서 법안 내용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서다.
기재위 관계자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관련 법이 상정될 때부터 업종 확대는 예견된 일이었다"며 "정부 시행령으로 지원 대상을 정한다지만, 의원들이 특정 업종 끼워넣기를 조건으로 법안 처리를 해줄 경우 정부가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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