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와 분쟁에 휩싸인 기업 주가가 시장수익률을 평균 15%포인트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적은 기업들이 행동주의펀드의 다음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6일 KB증권이 행동주의펀드가 주주행동을 개시한 SM엔터테인먼트, BYC, SK㈜ 등 16개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종목은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지수 대비 평균 15.9%포인트 초과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종목별로 보면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SM엔터테인먼트다. 지난해 2월21일 이후 이날까지 SM엔터 주가는 83.7% 상승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2월21일 SM엔터에 감사 선임을 안건으로 하는 주주제안에 나섰고,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와 관련한 지배구조 개선도 요구했다. 이후 SM엔터는 이 전 총괄의 개인회사와 관련한 계약을 종료했고, 하이브와 카카오의 SM엔터 경영권 인수전까지 이어지면서 주가는 급상승했다.
오스템임플란트도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주가는 지난 1월16일 KCGI가 주주서한을 보낸 이후 거래정지 전인 지난달 27일까지 34.2% 뛰었다.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도 얼라인파트너스의 배당확대 요구가 나오면서 연초 이후 각각 18.6%, 14.9% 상승했다.
다만 행동주의펀드와의 분쟁이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안다자산운용으로부터 배당 확대를 요구받은 SK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2월 이후 주가가 37% 가량 하락했다. 라이프자산운용으로부터 자사주 소각 요구를 받은 SK㈜ 역시 지난해 주가가 부진했다.
KB증권은 최대주주 지분이 36.5% 아래이면서 주주환원율이 낮은 상장사들이 행동주의펀드의 다음 목표물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상장사들의 정기주주총회 평균 참석률이 73% 수준임을 고려하면 최대주주 지분이 36.5%를 초과해야 최대주주가 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방어하고 이사 및 감사 선임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기업 가운데 주요 기업으로는 삼성중공업, 에코프로, 코스모신소재, 현대바이오, 코스모화학, 삼부토건, 뉴프랙스, 우진 등 8개 기업이 꼽혔다. 에코프로와 우진을 제외한 6개 기업은 최근 5년간 주주환원율이 0%로 주주 배당 등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와 우진의 주주환원율은 각각 4.3%, 2.0% 수준에 불과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자들의 움직임이 기업의 주주환원 개선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배당 서프라이즈가 용이한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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