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는 일반적으로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산업으로 분류된다. 주문한 물건을 배송받는 사람은 소비자지만 어떤 택배사를 통해 상품을 배송할지 결정하는 것은 판매자인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간 택배업체들이 일반 소비자를 공략하는 마케팅이나 브랜드 가치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등한시한 이유다.
국내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이러한 관행을 깨고 올해 소비자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e커머스 시장에서 상품 구매처를 선택할 때 상품의 가격 경쟁력만큼이나 배송 서비스의 품질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다.
CJ대한통운은 통합 배송 브랜드 '오네'를 선보인다고 6일 발표했다. 오네는 CJ대한통운의 택배 서비스와 다양한 도착보장 서비스를 아우르는 브랜드다. 쉽게 말해 앞으로 CJ대한통운에서 '택배'와 '배송'이라는 단어는 '오네'로 대체된다. 새벽배송 서비스는 '새벽에 오네', 당일 도착보장 서비스는 '오늘 오네', 내일 도착보장 서비스는 '내일 꼭 오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오네(O-NE)는 CJ그룹의 핵심 가치인 '온리원(ONLYONE)'에서 이름을 따왔다. '모두를 위한 단 하나(ONE)의 배송 솔루션'이라는 의미도 담았다. '내가 주문한 상품이 언제든, 어디서든, 무엇이든 오네'라는 설렘과 기쁨도 내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2021년부터 통합 배송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해 2년여 만에 오네를 선보였다.
CJ대한통운이 택배와 배송이라는 일반 명사형 서비스 명칭을 고유의 브랜드로 바꾼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CJ대한통운만의 차별화된 택배 서비스를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1위 사업자이지만 자신만의 배송 브랜드가 없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CJ대한통운을 통해 배송된 상품과 우체국, 한진 등 경쟁사를 통해 온 상품 모두 똑같은 '택배'였다.
반면 e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쿠팡과 컬리 등은 이미 자신만의 배송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쿠팡의 '로켓배송', 컬리의 '샛별배송'이 대표적인 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로켓배송 때문에 쿠팡을 고집한다"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통합 배송 브랜드 도입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소비자가 CJ대한통운의 배송 서비스에 만족해 '오네'를 찾으면 더 많은 고객사가 CJ대한통운을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배송 브랜드 프로젝트는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의 역점 사업이다. 강 대표는 2020년 말 대표이사 취임 이후 줄곧 "택배도 일반 소비재처럼 대중들과 친숙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소비재기업인 CJ제일제당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 대표이사까지 역임하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강 대표는 택배 사업도 결국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CJ대한통운은 통합 배송 브랜드의 출범을 배송 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전환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CJ대한통운은 "다 똑같은 택배가 아닌 CJ대한통운만의 오네로 진화한 만큼 도착 보장 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자들과 신뢰를 쌓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