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이직의 시대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5명 중 3명은 자신의 이력서를 상시 오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기회가 오면 언제든 이직하기 위해서다. 직장인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는 모습은 이제 자연스러워 보인다. 적은 급여, 업무 불만족, 낮은 성장 가능성 등 이직의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 매년 일어나는 성과평가도 이직을 부추기는데 한 몫 한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설문결과를 살펴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성과평가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특히 절반 이상은 평가결과를 받은 후 퇴사나 이직을 고민한다고 답했다. 왜 이토록 많은 직장인들이 성과평가에 불만을 갖게된 걸까?
기업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성과평가는 매년 초 업무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에 목표달성 정도를 평가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방식은 지금의 일하는 방식에 잘 맞지 않아 보인다.
오늘날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하는 방식과 업무성과는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기존에는 상사의 지시를 받고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전형적이었다. 주어진 업무는 한번 정하면 잘 변하지 않고, 달성해야 할 성과목표도 개인별로 분명한 편이었다. 반면 오늘날 직장인의 업무는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수시로 바뀐다. 업무성과의 대부분은 개인만의 결과물이 아니라 여러 구성원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진다. 더불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업무가 보편화되면서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업무를 스스로 인지하고 성과목표를 주도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기업에서는 전통적인 성과평가 방식을 고수하는 편이다. 기존 성과평가에서는 연초에 정한 목표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새롭게 등장하거나 수시로 변하는 업무목표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특히 ‘누가 누구보다 잘한다’식의 상대서열화를 강조하다 보니 구성원간에 지나친 경쟁 분위기를 조장하고 협업을 저해한다.
이러한 성과평가 방식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다. 새롭게 등장한 평가 모델은 일년에 한번 성과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에 상대서열화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된 업무환경에 맞춰 연중 수시로 업무목표를 설정하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논의와 피드백을 중시한다. 바로 상시리뷰 방식의 성과평가다. 기존 성과평가 방식에서는 평가결과에 따라 높은 순위를 받은 직원에게 보다 많은 보상을 주면 업무 의욕을 고취시키고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와는 다르게, 상시리뷰 성과평가에서는 일하는 과정에서 주고받는 대화와 피드백이 진짜 성과 향상을 이끌고 구성원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이제 국내에서도 상시리뷰 방식의 성과평가로 전환한 기업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상시리뷰 방식의 평가모델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구성원간의 성과를 비교하는 상대서열화를 탈피하려는 노력이 첫번째다. 절대평가로 전환하거나 등급없는 피드백 중심의 성과리뷰를 강조한다. 두번째는 1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나는 업무목표 설정과 성과 코칭이 수시로 이뤄진다. 이러한 방식은 변화무쌍한 환경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실제 업무성과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함께 일한 동료의 평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상사만의 일방적인 평가가 아니라 동료의 피드백을 평가결과에 직·간접적으로 반영해 과거에 비해 풍부하고 투명한 업무성과 점검이 가능하다.
새로운 성과평가 모델은 기존과 다른 시도인 만큼 신중하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실 전통적인 성과평가에서도 잦은 업무코칭과 피드백을 강조해 왔다. 문제는 의도한 만큼 코칭과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새로운 평가방식이 의도한 대로 운영되려면 사용자인 구성원이 평가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 업무코칭과 피드백을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단순히 평가기준이 담긴 템플릿을 제공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교육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실제 평가자가 직면한 업무상황에 따라 어떤 코칭과 피드백이 효과적인지를 사전에 정의하고, 이러한 내용을 평가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때 자발적인 성과관리 행동을 기대할 수 있다.
구글은 're:Work'라는 플랫폼을 통해 매니저가 성공적으로 업무코칭을 하도록 도와준다. 성과관리 코치로써 기대되는 매니저의 행동을 정의하고, 구글만의 성과코칭 가이드를 제공한다. 매니저들은 이러한 가이드를 활용하여 구성원들과 상시적인 업무미팅을 하며 그들의 성과향상을 돕는다.
성과평가 활동에 드는 시간을 최적화해야 하는 것도 주요한 과제이다. 상사뿐만 아니라 동료간 긴밀한 피드백을 강조하는 새로운 평가방식에서는 피드백에 드는 시간이 상당히 늘어난다. 이는 자칫 구성원에게 자신들 본연의 업무시간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시간이 많이 드는 서술 방식의 피드백 외에 소셜미디어에서 간결하게 사용하는 해시태그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다. 예컨대, 빠른 일처리를 한 동료에게 ‘#신속한’ 이라는 해시태그 피드백을 줄 수 있고, 다른 동료들 역시 이러한 피드백에 동의하면 동일한 해시태그를 추가로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해시태그가 쌓이면 해당 직원의 업무성과와 일하는 방식을 별도의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형상화할 수 있다.
새로운 평가모델은 기존의 평가방식에 비해 매우 많은 업무성과 리뷰와 피드백이 쌓인다. 따라서 한 해 동안 다양하게 쌓인 피드백을 어떻게 평가결과로 전환하고 해석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다. 피드백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결과를 MBTI처럼 몇 가지 형태로 유형화하거나, 워드클라우드 기법을 활용해 시각화하는 것도 평가결과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전달하는데 유용하다.
새로운 성과평가 모델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여기서 핵심은 절대평가, 상시 목표설정, 동료 리뷰 등의 변화 트렌드 속에서 우리 조직에 맞는 위치를 찾는 것이다. 무분별하게 유행하는 흐름을 쫓기보다는 우리 조직이 처한 업무환경은 어떠한지, 일하는 방식의 특징은 무엇인지, 상호간에 피드백하는 문화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승진이나 보상 등 다른 인사제도와 평가결과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등을 감안하여 우리조직에 맞는 성과평가 방식을 모색해보자.
김태형 MERCER Korea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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