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07일 18: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려는 계획이 또 다시 보류됐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수탁자책임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한 뒤 대표소송 수탁위 일원화 방안을 제외한 합의안만 의결했다. 대표소송을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은 소위원회에서 경영계와 노동계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의결되지 않았다. 중점관리사안에 기후변화와 산업안전을 추가하는 방안과 차등의결권 행사 기준을 신설하는 안은 지침 개정안에 반영됐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말 기업 이사 등의 위법행위로 주식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음에도 기업이 책임 추궁을 게을리하면 수탁위를 대표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대표소송 주체는 그간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맡되 예외적으로 수탁위가 결정하도록 규정했으나 국민연금은 수탁위로 결정 주체를 일원화해 본격적으로 대표소송에 나서려 했다.
해당 안건은 지난 2021년 12월 기금위에 처음 상정됐다. 이후 일원화 추진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하며 “국민 노후자산으로 기업 벌주기”, “막대한 비용을 들여 소송을 제기해 패할 경우 피해는 가입자 몫”이라는 비판 여론이 커졌다. 여론을 의식한 국민연금은 지난해 2월 추진안을 보류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한동안 잠잠했던 대표소송 일원화 방안은 지난해 8월 소위원회를 꾸린 뒤 다시 논의가 재개됐다. 여러 차례 소위원회에서 논의를 했으나 경영계와 근로자단체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지난해 11월 논의를 중단했고 이날 양 측의 의견을 담아 기금위에 상정됐다.
재계는 당장 급한 불을 껐지만 추후 다시 점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기금위 때 대표소송 관련 추진 계획을 새로 보고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예 안건을 폐기해야 하는데 자꾸 미루고만 있다”며 “국민연금이 소모적인 추진안에 시간만 낭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기금위는 수탁위 위원 구성 변경을 위한 수탁위 운영규정 개정안도 심의?의결했다. 상근전문위원 3명과 가입자단체가 추천한 인사 6명으로 구성된 기존 방식에서 상근전문위원 3명은 그대로 두되 가입자단체 추천 인사를 3명으로 줄이고 관계 전문가를 3명 포함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복지부는 “현행 수탁위는 가입자 단체 추천을 받은 사람만 위촉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자산운용,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투자 등 분야의 전문가들을 폭넓게 위촉해 전문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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