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기업에서 사무보조 업무 직원 채용공고를 내자 한 지원자가 회사에 문의한 내용이다. 지원자가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이 회사 대표는 자주 있는 일이라 이유를 충분히 짐작한다고 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실업급여. 고용보험에 가입한 날이 180일 이상이면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실업급여 하한액은 하루(8시간 근무 기준) 6만1568원, 한 달이면 185만원이다. 반면 올해 최저임금은 월 201만580원, 4대 보험료를 공제하고 실수령액만 따지면 매일 출퇴근하면서 받는 월급이나 놀면서 실업급여를 받으나 도긴개긴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실업급여 지급액을 올리고 수급 기간을 늘린 데다 실업급여에 연동되는 최저임금까지 급격하게 끌어올려 청년들의 구직 의욕을 꺾었던 정부가 늦게나마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메뚜기 구직자’를 양산해 고용시장을 망가뜨리는 정책은 실업급여제도뿐만이 아니다. 엉터리 입법과 법 해석으로 사용자들로 하여금 1년 미만 단기 계약을 하도록 유도하는 연차수당 문제도 반드시 손봐야 하는 문제다.
국내 전체 근로자 중 1년 미만 근속계약 근로자 비중은 30%가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고용지표는 지난해의 10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근로자에게 근로의욕 고취는커녕 초단기 취업을 조장하고, 사용자에게도 1년 미만의 단기 계약을 ‘권장’하는 셈이다. 일자리를 망치는 일자리정책을 바로잡는 게 노동개혁보다 더 급한 일이다.
백승현 경제부 차장·좋은일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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