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외식업을 하는 박모씨는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자 이같이 반문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 수당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박씨는 지난 수년을 ‘고난의 행군’으로 비유했다. 문재인 정부 때 최저임금이 다락같이 올랐고, 코로나19 확산 때는 집합금지 명령 탓에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없었다. 최근에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택시 요금마저 뛰면서 손님들은 심야 할증을 피하려고 초저녁부터 서둘러 짐을 싼다.
비단 박씨만의 사례가 아니다. 불경기를 맞아 대다수 소상공인은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5인 미만 모든 사업장에 단계적으로 주 52시간제, 연차휴가 등을 추진할 것이라는 내용의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5인 미만 사업장 사업주는 가산 수당 지급 규정뿐 아니라 연차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는 규정,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 규정, 부당해고 시 구제를 신청할 수 있게 한 규정 등을 적용받는다.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장에선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4인 이하 영세 소상공인들이 근로자 보호를 위해 근로기준법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지킬 여건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4인 이하 소상공인의 2021년 평균 매출은 2억2500만원으로 2019년보다 1000만원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00만원 감소했다. 반면 부채액은 평균 300만원, 부채 보유 비율은 7%포인트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이 “연차휴가나 연장근로 가산임금만 해도 연 1500만원 이상 발생한다”(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이유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종사자 2~4인 기업은 약 132만 개다. 종사자 수는 334만 명에 이른다. 55만 개인 5인 이상 사업체와 비교하면 감당 가능한 수준을 벗어난다. 대책 없이 일부터 벌이기 전에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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