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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업들이 ‘나홀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여행·레저, 은행, 명품 산업 분야의 경우 고금리 및 경기침체 상황이 무색할 정도로 실적이 뛰고 있다는 평가다. 주가도 급등세다. 전 세계 상당수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쪼그라드는 추세와는 딴판이다.
여행·은행·명품 분야 독주
7일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와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유럽 주요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유로스톡50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올해 초 대비 3%가량 상향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선진 증시 가운데 유일하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과 일본 TOPIX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EPS는 오히려 각각 3%가량 하향됐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유럽의 여행·레저, 은행, 명품 관련 기업들이 실적 전망치 상향을 이끌고 있다. 산업 분야별 12개월 선행 EPS를 보면 여행·레저가 10%, 은행 8%, 정보기술(IT)과 건설 3%, 소매가 2% 상향률을 보였다.
이익 추정치 증가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유로스톡50의 상승률은 11.87%에 달한다. 같은 기간 S&P500(5.86%)과 TOPIX(9.47%)를 웃돌았다.
이지제트(52.97%), 루프트한자(39.19%), 라이언에어(30.52%) 등 유럽 항공사나 플러터 엔터테인먼트(20.66%)와 같은 레저 기업들은 올해 폭등에 가까운 주가 상승세를 누리고 있다. BNP파리바(18.22%), ING(15.5%), 바바그(18.54%) 등 은행주와 LVMH(18.86%), 케어링(19.71%), 버버리(22.16%), 에르메스(18.23%) 등 명품주들도 급등세를 타고 있다.
명품 사러 유럽 가는 중국인들
전문가들은 유럽 기업의 실적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과 주가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행·레저와 명품 기업들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및 경기 진작 수혜를 지속적으로 누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올 2~3분에 ‘깜짝 실적’을 낼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은행주는 유럽 중앙은행(ECB)의 고금리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계속 고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반도체 기업들도 첨단 장비와 차량용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고 있는 만큼 미국,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이다.
휴 김버 JP모간자산운용글로벌 시장전략가는 “지난 몇 달간 유럽 증시는 좋은 흐름을 보였고 연말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럽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에너지 가격이 최근 안정화 흐름을 타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말 고점 대비 50%가량 하락했다. 생산자 물가 역시 90% 정도 떨어졌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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